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와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그리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가 참석하는 긴급 좌담회가 8일 저녁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사회는 이동관 매일신문 정치부장이 맡았다. 주제는 '좌초 위기에 직면한 한나라당의 운명과 내년 총선 전망'이었다.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타고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층과 여성이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정치지형에 전혀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친이'친박 구도를 없애고, 지역과 세대를 넘어서는 자기희생이 전제된 전면적인 쇄신을 이루지 못하면 내년 선거를 기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사회=디도스 사건 등으로 한나라당에 큰불이 났다.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하다.
▷고성국=홍준표 대표가 쇄신안을 내놓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동의가 없이는 쇄신의 동력을 잃게 된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쇄신의 전 과정을 진두진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친이 세력과의 합의가 필요하고 박 전 대표는 이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게 박 전 대표의 정치력이고 리더십이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인명진=재산'절차상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당을 해체하고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렵다. 결국 재창당을 준비해야 하고 내용면에서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박 전 대표로서는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다. 친이 세력들을 설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친박 세력이 먼저 희생해야 한다. 최소한 친박 중진들의 절반 이상을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시키고 이를 지렛대로 친이 세력을 설득해야 한다.
▷김태일=한나라당이 쇄신한다면 대구경북에서 먼저 해야 하고 그래야 타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부산경남은 그대로 두고 대구경북이 쇄신의 가장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 그래서 혁신의 명분을 잃어버렸고 반대세력으로부터 반격의 빌미를 줬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근거지인 대구경북이 쇄신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인재 영입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지표를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박근혜 대표가 사면초가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은.
▷인=박 대표가 그동안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은 이슈지 선거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친박'의 틀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이를 스스로 해체하고 나와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미 노쇠한 정당이다. 그동안 젊은 피를 수혈하지 못했다. 기성세대를 대체할 수 있는 청년세대를 대대적으로 영입하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김=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천5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는 날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 있었다. 아직도 아버지의 그늘에 서 있는 느낌이다. 20대의 젊은이들에 대해 사람들은 너무 진보적이라고 속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자유주의의 아들이다. 박 전 대표도 젊은이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고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가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통합'배려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육영수의 딸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박 전 대표는 그동안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자칫 잘못하면 범여권 분열양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처럼 인간적 차별화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책적 차별화에 주력했다. 그동안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불식시키는 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천막당사, 면도날 테러 등을 거치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온 만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사=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고=당장 등판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어차피 한나라당의 대주주임에 틀림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등판한 것과 다름없다.
▷인=박 전 대표를 가리고 있는 장막을 걷어내야 한다. 대변인 격이라는 사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지 말고 직접 국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최근 최고위원 3명이 사퇴했지만 아직까지 별 말이 없다. 소통의 정치가 아니다. 이제는 듣기도 하고 얘기도 해야 하고 설득도 해야 한다. 최소한 친박계 내에서라도 토론을 하고 생각을 나눠야 한다.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었다.
▷김=이명박 정부하에서 2인자로 존재하는 박 전 대표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나타난 특성이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지금은 나서도 될 타임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내고 이를 관철시키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신비주의' 방식을 고수하면 내용 없고 책임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사=대구경북의 정치지형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인=대구경북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것은 당위다. 지역 한나라당 중진들의 구성비가 가장 높다. 나이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생물학적 나이도 중요하다. 변화가 가장 필요한 곳이 대구경북인 셈이다. 텃밭이라고 불리는 곳이기에 오히려 실험적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텃밭에서 시작된 자기희생과 변화는 쇄신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대구경북에는 '친박' 완장을 차고 군림하는 신기득권 세력이 형성되어 있다. 현역의원뿐 아니라 친박을 표방한 사조직들이 많이 형성되어 있고 상당히 배타적이다. 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결기'가 있는 토종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원칙 있는 공심위 구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를 잘 아는 인사가 공심위에 소속돼야 한다.
▷고='서울 TK'는 더 이상 안된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일고 있다. 영남정권이라 하지만 서울 TK정권이었다. 결국 지역주의 구도를 이용하면서 서울사람들이 정권을 나눠 먹었기 때문에 대구경북은 별로 한 것도 없이 억울하게 가해자가 됐고 대구경북의 경제에도 도움이 안 됐다. 이런 상태에서 서울 TK에게 더 이상 대구경북을 대표해 달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 없다.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렸다. 다행히 지역에 발을 딛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국민경선제 등 공천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고=국민들은 공천방식을 떠나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사람이 공천됐나를 본다. 정치는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하고 동기의 순수성만으로는 안 된다. 특히 100% 국민경선은 좋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인지도에서 앞서는 다선의원들의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천심사위원회의 구성이 더욱 중요하다.
▷김=정당 내 개혁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결국, 아닌 것으로 판정된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기득권 보장이라는 결과를 많이 낳았다. 당내경쟁이 정당 간 경쟁을 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국민경선제 등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한나라당의 쇄신 목적은 잃어버린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찾아 정권을 다시 잡는 것이다. 이는 공천을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공천 심사하는 사람이 국민들이 신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쇄신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어떻게 신뢰받는 공천심사위를 구성하느냐다. 지난 2004년 총선 때 박 전 대표는 김문수'박세일을 공천심사위원장에 임명해 훌륭한 공천을 한 경험이 있다. 박 전 대표가 그런 길을 간다면 한나라당의 쇄신은 희망적이다.
정리=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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