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 사회조사 결과는 암울하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민으로 응답한 비율이 45.3%로 2년 전보다 2.9% 포인트 늘어났고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비율은 52.8%로 2.1% 포인트 줄어들었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대답이 35.7%에서 28.8%로 쪼그라든 반면 부정적인 반응은 48.1%에서 58.8%로 많아졌다. 자식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감은 48.4%에서 41.7%로 하락했고 회의적인 대답은 30.8%에서 43.0%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하층민으로 인식하며 하층민 고착화가 자신은 물론 자식 대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늘의 어두운 현실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이뤘다고 자평하지만 외형적 결과에만 치중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살피는 데 소홀했다.
이는 1970년대식 성장 위주의 낡은 사고에다 무한경쟁식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드 맨'으로 불리는 관료들이 중용돼 전 지구적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난 경제 시스템을 고집하다 경제 양극화만 더 극심해졌다. 소수 대기업과 금융회사 위주로 성과의 과실이 집중됐으며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불황의 늪에서 허덕였다. 이로 인해 '1대 99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됐다.
현실이 이렇다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여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이 더 문제이다. 현 정부 이후 정권 경쟁에 나서게 될 여당이나 야당은 내부 변화에 휘말려 제대로 된 차기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홍을 겨우 수습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복지 강화를 내세우는 정도이며 통합을 이룬 야당은 복지 확대와 함께 경제 민주화를 정강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들의 깊어진 좌절감을 달래고 희망을 열어주기 위해 정치권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함께 치열한 고민이 담긴 구체적 정책들이 필요하다. 복지를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줄이고 알찬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삶의 질이 나아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 위주의 왜곡된 경제 구조를 고치는 등 경제 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현 경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수정, 이것이 그늘진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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