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노인을 도우려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고, 자신의 장기마저 기증하고 떠난 유영복(51'대구시 대명1동) 씨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유 씨의 지인과 유족에 따르면 유 씨는 한파가 몰아쳤던 7일 오후 1시쯤 동네 골목에서 잠옷 차림의 임모(91) 할머니를 발견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할머니는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다행히 할머니의 가슴에는 주소가 적힌 명찰이 있었다. 유 씨는 할머니를 집앞까지 모셔왔지만 대문이 잠겨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에 남겨질 할머니가 걱정된 유 씨는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마침 2층으로 연결되는 쪽문을 발견한 유 씨는 곧장 뛰어올랐다. 대리석으로 된 2층 난간을 붙들고 1층으로 뛰어내려 대문을 열 생각이었다.
하지만 2층 난간을 잡고 내려오려던 찰나 대리석이 떨어지면서 유 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유 씨는 깨어날 줄 몰랐다. 의식불명 상태였던 유 씨는 신장과 간을 기증하고 11일 세상을 뒤로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유 씨는 가난했지만 이웃을 배려했고, 어려운 노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이 따뜻했던 유 씨는 평소 "사후에 꼭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부인과 두 아들은 가족회의 끝에 유 씨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병원 측과 의논해 10일 저녁 신장과 간 적출수술을 했고 11일 산소호흡기를 떼면서 유 씨는 세상과 작별했다.
아들 진수(22) 씨는 "아버지는 평소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장기기증을 하게 됐다"며 "아버지처럼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들의 상황은 딱하다. 건강이 좋지 못한 부인은 투병 중이고 20대 아들 2명은 뚜렷한 직업이 없다. 이 때문에 주변의 도움으로 유 씨 장례비와 병원비를 내야만 했다.
유 씨의 초등학교 동창인 서기찬 씨는 "평소 말없이 좋은 일을 하던 친구였는데 황망하게 가버려 너무 슬프다. 정말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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