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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의 시와 함께] 뒤 란(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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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늦게 찾아들지만

아늑한 곳입니다

생각해 보면

나만 그곳을 들렸던 것은 아닙니다

엄마의 눈물도 이슬처럼 앉아있고

누이의 사랑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그곳에 가면 비밀이 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의 하루가 나에게 말을 걸어

뒷걸음질 쳤고

누이의 사랑이

흐느끼고 있을 때

지켜만 보아야 했습니다

위로 받고 싶어 찾아갔는데

풀숲 사이로 상처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잠들지 못한 상처들을

뒤란은 말없이 품고 있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직시를 견지하면서 일상을 따뜻하게 그리는 김희정 시인의 작품입니다. 시인은 뒤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전을 찾으면 '집 뒤 울타리의 안'이라 단순하게 풀이되어 있는 이 말. 시인은 역시 시인이라서 사전에선 느낄 수 없는 세계를 보여주네요.

자기 혼자만 몰래 찾아가 위로를 받고 싶은 곳, 그곳은 어머니도 홀로 와 눈물 흘리고, 누이도 사랑을 잃고 흐느끼는 곳이었네요. 상처의 창고. 가족이 서로에게 따뜻한 웃음을 건네기 위해 얼마나 넓고 어두운 뒤란이 필요한 걸까요.

뒤란, '잠들지 않은 상처들'을 품고 있는 그곳. 요즘 아이들이 이 뒤란을 잃어버려 거리에 방황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볕이 드는 안마당만 좋아하는 사이, 그늘 속에서 상처를 품어줄 뒤란을 모두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우리는 왜 서로에게 뒤란이 되지 못 하는가, 이 시는 아프게 묻고 있네요.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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