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은지의아름다운골프문화] 부정행위, 숨길 수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골프는 대표적인 신사 스포츠로 꼽힌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골프 매거진에서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캐디 50명을 대상으로 행한 설문조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시합 중 54%의 캐디가 선수들의 부정행위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중 대표적으로 속칭 '알까기'가 있다. 알까기란 자신의 볼을 찾을 수 없을 경우(OB 또는 분실구) 동반자의 눈을 피해 주머니에서 같은 볼을 떨어뜨려 인플레이 볼인 것처럼 속이고 플레이를 진행하는 부정행위를 말하는데, 원래의 스코어보다 적은 스코어로 동반자들을 속이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필자가 주니어 선수로 시합을 뛰고 있을 때, 박세리 선수가 LPGA를 주름잡으면서 학부모들의 골프 열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자식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부담감을 느낀 때문인지 주니어 선수들은 종종 부정행위로 물의를 일으켰다.

기억을 떠올리면, 1m의 숏 퍼팅 위치에서 마크를 하는 척하며 '동전치기'(조금 더 홀컵 가까이 마크를 보내고 싶어 동반자 눈을 피해 동전을 원위치보다 앞에 두는 행위)를 하다가 발각되어 플레이어가 실격당한 일이 있었다. 또 한 아마추어 골퍼가 파3에서 자신의 공이 홀인원된 줄 모르고 공을 찾다가 없자 다른 공을 몰래 떨어뜨린 뒤 찾았다며 플레이를 진행하던 도중에 홀컵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공으로 인해 동반자에게 들켜버린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골퍼들의 행위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자기 방어적 심리 때문으로 분석했다.

1925년 US오픈에서 있었던 일로 골프계의 전설인 바비 존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지키며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이다. 그가 어드레스하는 순간 공이 움직였고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공을 건드렸다고 경기위원에게 보고를 하고 1벌타를 받았으나 연장까지 가는 상황이 이어졌고, 연장에서 바비 존스는 아쉽지만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했다.

기자들은 그의 스포츠맨십에 감탄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바비 존스는 이렇게 말했다.

"규칙대로 경기한 사람을 칭찬하는 것은 돈이 없는 사람이 은행에서 강도짓을 하지 않은 것을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일로 우리는 바비 존스를 '경기력이 우수한 선수'라기보다는 대표적인 '골프 신사'로 기억하고 있다.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닌가? 부정행위는 숨길 수 있지만 변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나 자신은 부정행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으니 자신에게 떳떳한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다.

프로골퍼(비지니스 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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