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의 불천위(不遷位) 종가 종손 90여 명이 최근 안동에 모여 '영종회'(嶺宗會)를 창립했다. '영남 종손 모임'이란 뜻이다. 옛 유교 정신을 되살려 미풍양속을 잇고 도덕성 회복 등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불천위 제사란 보통 제사와 다르다. 자자손손 대를 이어 계속 지낼 수 있도록 옛날 나라에서 허락한 권위 있는 제사다. 큰 공을 세웠거나 학문 등으로 이름이 높이 오른 사람에게 허용된 의례다. 이제 그 후손이 지금 같은 가치 혼돈의 시대에 옛 조상의 지혜와 정신으로 사회에 도움되고자 모임을 만든 것이다.
경상도 즉 영남은 조선 유학의 발흥지답게 유교 흔적이 어느 곳보다 풍부하게 남아 있다. 특히 경북도는 더욱 그러하다. 안동 영주를 비롯한 북부 지역, 경주 영천 등 동부, 성주 고령 등 중남부에 걸쳐 유교 자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고색창연한 한옥 고택과 종가, 서원, 정자, 전적(典籍)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유학은 조선 500년 통치 철학이다. 유학은 신라 설총'최치원을 거쳐 고려 안향'정몽주'길재가 이었다. 그 맥은 다시 인재 창고인 경북의 수많은 유학자를 지나 퇴계 이황에서 정점을 이뤘다. 성균관에 배향된 동방 18현(賢) 중 경북 출신이 가장 많은 이유이다.
경북은 또 성씨(姓氏)의 바탕이 된 고장이 유독 많은 곳이다. 그래서 종택과 종가도 많다. 유교 관련 흔적이 자연스레 풍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유교 흔적이 오늘 새로운 문화자산이자 21세기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 영국 여왕과 중국의 공자 맹자 종손이 경북을 찾고, 유네스코가 인류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 불천위는 110여 위(位)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불천위도 분명 훌륭한 문화자산이 될 수 있다. 불천위가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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