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미리 알아야 하거나 준비해야 할 것들은 꽤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관람할 작품을 선택해야 하고 다음으로 그 공연이 어느 극장에서 하는지, 그 극장의 위치는 어디인지도 알아야 한다. 또 공연 일시, 누구와 보러 갈 것인지 등도 점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는 티켓이다.
연극을 보러 가기 전에 미리 티켓을 사는 '예매'를 선택할 것인지, 극장에 가서 현장에서 티켓을 사는 '현매'를 선택할 것인지는 의외로 중요한 문제이다. 연극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티켓이라는 입장권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전석초대라는 공연이 가끔 있지만 그런 공연의 경우에도 초대권을 구하지 못한다면 공연 관계자가 아닌 다음에야 입장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연극관람을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은 티켓이 분명하다. 예외적으로 무료 거리공연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서둘러서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어쨌든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티켓이 공연관람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이제 문제는 티켓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으니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티켓을 최대한 싼 가격에 사고 싶은 마음이 있고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제 가격에 많이 팔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두 입장이 상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티켓을 무조건 제 가격에 판매할 수도 없다. 영화의 경우에는 이른바 공정가격처럼 정해진 균일한 티켓가격이 있지만 연극은 그야말로 티켓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티켓가격을 정할 때 기본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제작비 규모와 그에 따른 손익분기점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흔히 스펙터클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볼거리의 경쟁에서 영화가 연극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극 티켓가격이 영화보다 비싸다는 현실에 의문점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극의 특징인 현장성과 제한된 관객만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의 현실을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이런 의문점은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연극을 몇 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티켓가격에 대해서 가지는 의문점은 조금 다른 것에 있다. 그것은 똑같은 연극공연을 두고 왜 영화와는 비교하기조차 힘든 다양한 티켓가격이 책정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 할인카드나 적립카드를 통한 할인 등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연극은 할인의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심지어 연극 제작진도 자신들의 공연에 걸린 할인이벤트를 다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티켓가격이 다양하다 보니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해 정가에 보는 지극히 정상적인 관객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공연예매 사이트 소셜커머스, 극단의 인터넷 카페, 연극동호회 인터넷 카페, 공연 일자별, 연인, 부모님과 함께 오면 몇 % 할인 이벤트 등 티켓가격 할인의 종류는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심지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획자들을 통해 계속해서 다채로운 티켓할인 이벤트가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할인티켓 때문에 관객은 티켓을 구매할 때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티켓을 최대한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할인티켓을 검색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극단과 극장의 티켓가격 할인경쟁이 쓸데없이 티켓가격의 종류만 다양하게 만들어 관객의 티켓구매를 망설이게 만들고 시간만 허비하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공연홍보 차원의 이벤트는 필요하겠지만 가격경쟁에만 얽매이는 이벤트는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는 복잡한 할인의 종류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공연 자체에 몰입해보자.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는 할인된 티켓이나 초대권으로 연극을 본다면 조금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연극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들이 결국 연극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관객은 열악한 문화예술계에 기부금을 낸다는 마음으로 정가티켓을 구매하고 제작진에서는 다양한 할인티켓으로 관객을 유혹할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로 깔끔하게 정면승부를 펼쳤으면 좋겠다. 다양한 할인 이벤트는 사실 말만 조금씩 다를 뿐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는 관객 유혹 장치라는 것을 제작진이나 관객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음식도 연극도 싼 맛에만 먹는다면 결코 제 맛을 느끼기 어렵다.
안희철 극작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