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침략과 지배, 전쟁…상처 입은 역사로 얽혀 있는 한국·중국·일본

세계사적 흐름에서 풀어 본 '세 나라의 운명'

1895년 청
열강에게 분할당하는 중국-프랑스인 흐 프티 주르날 작품 1898. 청일전쟁의 패배로 종이호랑이임이 입증된 중국을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5대 열강이 갈라먹는 상황을 그렸다. 뒤의 중국 표정이 흥미롭다.
1895년 청'일 전쟁에 종군했던 프랑스 언론인 조르주 비고의 대표작. 제목은 '낚시놀이'. 1887년 한 잡지에 실린 그림으로 조선을 놓고 벌이는 중국, 일본, 러시아의 각축전을 풍자한 것이다. 청일전쟁 전야의 한반도 정세를 그렸다.
청일전쟁 당시 국제관계도
열강에게 분할당하는 중국-프랑스인 흐 프티 주르날 작품 1898. 청일전쟁의 패배로 종이호랑이임이 입증된 중국을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5대 열강이 갈라먹는 상황을 그렸다. 뒤의 중국 표정이 흥미롭다.
청일전쟁 당시 국제관계도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삼국의 근현대사는 침략과 지배, 전쟁, 분단, 영토 분쟁 등 상처입은 역사로 얽혀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지도 70년이 다 돼가지만, 툭하면 망언이 나오고 제대로 된 사과나 피해배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역사 왜곡 교과서는 '때린 적이 없다'는 폭력 가해자의 변명처럼 분노를 넘어 할 말조차 잃게 한다.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 공동의 역사책이다. 첫 결과물이었던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가 각국의 입장에서 근현대사를 기술했다면, 이번에는 세 나라의 '관계사'에 주목한다.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변화를 세계사의 흐름과 관련해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둔 것. 또 각국의 역사를 집필하지 않고 장별로 집필을 분담해 '함께 쓰는' 방식을 택해 합리적인 역사관을 끌어냈다. 6년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집필 과정도 어렵고 힘들었다.

1권에서는 19, 20세기 국제관계의 변동을 중심으로 200여 년이 넘는 3국의 역사를 정리했다. 2권은 한중일 3국 민중의 생활과 교류를 8개의 주제로 나눠 살펴봤다. 헌법과 도시, 철도, 이동과 교류, 교육, 가족, 교육, 미디어, 과거의 극복과 미래를 향한 제언 등을 엮었다.

역사학자들이 가장 논쟁을 벌였던 부분은 '3국의 민중이 침략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였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논란의 중심이다.

전사한 군인과 민간인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는 전사자를 신으로 모시고 침략의 역사를 전시하지만 전쟁이 주변 국가 민중들에게 미친 피해는 깊이 감췄다. 일본은 '죽음은 평등하다'는 관점이 있어서 침략자와 피해자를 같이 기념하지만, 한국은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 피폭 도시인 히로시마에 세워진 평화기념공원은 핵무기 폐기 같은 평화 과제를 보여주지만 일본인에게 역사적 맥락이 제거된 피해 의식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어떤 용어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중국과 조선의 전통적 관계에 대해 '조공-책봉'이라고 쓸 것인지, '책봉-조공'이라고 쓸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전자는 중국에 대한 조선의 종속 이미지가, 후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질서 속에서 호혜적 관계를 맺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책에는 '책봉-조공'이라고 쓰였다. '임진왜란'은 '임진전쟁'으로 표기했다.

한반도 철도건설에 대한 해석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일본 우익 세력이나 국내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적인 예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병합하는 과정에서 도로와 철도, 항구 등을 건설해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강제병합 이후 일본 본토와 조선'만주를 연결하는 철도 수송 체제를 구축했다. 철도망 구축으로 일본에서 조선을 경유해 만주까지 한 달이 걸리던 이동시간이 사흘 반나절로 줄었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들은 다른 시각에서 해석했다. 한반도의 철도는 철저히 일본의 조선 지배와 물자 약탈, 중국으로 병력 수송에 이용됐다는 것이다. 중일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주로 일본과 중국 대륙 사이의 군사 수송에 활용됐으며, 장거리 열차가 대부분이어서 정작 조선 사람들은 국내 여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조선 민중도 철도에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강제 징용된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철로 폭파를 시도했다.

다양한 화보와 그림 등이 포함돼 있고, 내용도 고교 심화 학습 수준이어서 일반인이나 대학생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1권 380쪽. 2권 392쪽. 각 2만3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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