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펀펀야구] 인조잔디구장

야구의 수많은 변수 중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지 않았던 분야가 야구장이다. 외관으로 볼 때는 단순한 시설물처럼 보여도 내부에는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야구장만큼 사후관리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없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단 경우에는 전용구장의 관리인만 해도 수십 명에 이르고 그들의 전문지식을 높이 평가해 연봉 또한 일반 관리직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프로구단의 전용야구장이 아니어서 구단이 시설 관리를 전적으로 맡지 않아 전문인력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인조잔디가 대세를 이루는 오늘날에는 최초 조성된 상태에서 별다른 관리가 이루어 지지 않아 이에 따른 피해를 선수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구기술은 전통적으로 맨땅이나 천연잔디에서 연마됐지만 인조구장이 늘어나면서 야구경기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인조구장에서는 타구의 스피드가 빠르므로 야수들의 수비 위치도 달라지고 병살타의 확률이 높아졌으며 주자들도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측면과 다이내믹한 장면을 원하는 관중 입장에서도 인조구장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바닥이 단단한 인조구장은 선수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신체에 부담이 많은 만큼 부상의 위험 또한 크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노조의 주장으로 인조구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연봉이 천연잔디구장에 비해 평균 30% 정도 높은 편이다.

카펫제작기술을 응용해 합성섬유로 만든 최초의 인조잔디는 1956년 미국에서 개발됐는데 야구장에 설치된 것은 1966년이었다.

에스트로(우주라는 뜻)돔이라고 명명한 휴스턴의 신축 돔구장은 처음에는 천연잔디에 투명지붕으로 지어졌었다. 그러나 투명유리를 통과한 햇살에 눈부셔 선수들의 플레이가 극심한 방해를 받자 지붕을 불투명한 유리로 교체해버렸다.

그러자 천연잔디가 햇빛을 보지 못해 죽어버렸고 이를 대체한 것이 바로 인조잔디였다. 그리고 최초의 인조구장의 이름을 따 에스트로터프(인공구장)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인조구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연구장보다 불규칙 바운드가 줄어들었으며 폭우로 며칠씩 연기되기도 했던 경기가 비가 그치는 즉시 가능해졌으니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다.

야구경기에서 그라운드의 표면만큼 직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드물다. 인조잔디는 설치 후 처음에는 표면이 일정하나 해를 거듭할수록 닳아 타구는 더 빨라지고 반발력도 높아진다. 대책이 필요하다.

선수는 구단의 재산이기도 하지만 멋진 경기를 원하는 팬들의 자산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매일 구장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은 바로 소중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함이며 그렇게 해서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는 데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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