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학교폭력이나 공격적 성향 등의 병든 마음을 인성교육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당연한 듯 보이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그것은 너무 일방적인 방향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학교폭력 예방과 대책에 영양과 식생활 같은 생물학적 접근은 전혀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혹자는 학교폭력에 식생활과 영양이 무슨 관계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심인성으로 보는 것 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정신질환과 문제행동, 범죄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1977년 미국 상원 영양문제특별위원회는 성인병은 물론 폭력 등의 정신분열증까지도 잘못된 식생활과 영양불균형에 기인하는 식원병이라 보고한 바 있다. 정신의학자 마이클 레서 박사는 신경증 환자의 85% 정신분열증 환자의 67%, 우울증의 95%가 음식이 원인이라고 한다. 영양이 두뇌화학에 실질적 영향을 미쳐 인지기능과 행동에 폭력을 초래한다는 이유다.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고 자연의 종과 다양성을 무시하며 가공식품과 육류를 중심으로 구성된 오늘날의 음식은 한마디로 생명과 산업의 충돌이다. 산업적 음식은 아이들의 공감능력과 생태적 감수성을 깨우기는 커녕 오히려 아이들의 뇌와 유전자를 손상시켜 몸과 마음을 훼손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초래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도전적이고 경쟁적인 삶을 요구하게 만든다. 남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우선하며 자제력을 잃고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아홉 개 청소년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8천 명의 청소년들 대상으로 과일과 야채, 정백하지 않은 곡류,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 보조식품이 포함된 자연식단을 제공한 결과 그해 각 교정시설에서 물리적'언어적 폭력, 그리고 탈옥과 자살 시도 건수가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대구의 시민단체와 교육청이 서부고등학교와 공동으로 약 2개월간 일체의 동물성식품을 섭취하지 않고 현미채식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정신건강지수 평균값이 높아졌고, 외향성'친화성은 높아진 반면 신경증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바른 식습관과 음식은 학교나 가정폭력을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순수한 심인성이라 하더라도 최적의 영양공급은 그 질환이 발현되지 않게 하거나 나타난다 해도 미약한 수준에 그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채식은 단지 몸의 건강과 치유한다는 관념을 뛰어넘어 투명한 의식을 촉진함으로써 평화로운 마음과 깨어있는 높은 의식의 삶으로 변화시키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삶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하고 마음이 바뀌려면 음식을 바꿔야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가 내놓은 '밥상머리교육 국민캠페인'에 좀 더 실질적 효과를 위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밥상머리 교육을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정작 밥상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고용석/생명사랑 채식실천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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