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부 천사'된 소비자…'종이봉투'로 나누는 사랑

美 디모인市 푸드 팬트리 DMARC의 기부 문화

디모인의 푸드 팬트리 DMARC는 소비자들에게 기증받은 물품들을 분류해 다시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주는 비영리단체다. 소비자, 소매상, 농부 등의 일상적인 기부를 통해 한 달 3천500여 가구를 돕는다.
디모인의 푸드 팬트리 DMARC는 소비자들에게 기증받은 물품들을 분류해 다시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주는 비영리단체다. 소비자, 소매상, 농부 등의 일상적인 기부를 통해 한 달 3천500여 가구를 돕는다.
소비자가 구입해 다시 기부하는 5달러 짜리 헝거 색. 이 안에는 땅콩버터, 참치, 수프, 과일통조림 등 갖가지 먹을거리가 담겨 있다.
소비자가 구입해 다시 기부하는 5달러 짜리 헝거 색. 이 안에는 땅콩버터, 참치, 수프, 과일통조림 등 갖가지 먹을거리가 담겨 있다.
소비자들이 기부한 헝거 색의 내용물은 푸드 팬트리에 모인다. 직원들은 이를 종류별로 분류했다가 다시 12개의 지점으로 나눈다.
소비자들이 기부한 헝거 색의 내용물은 푸드 팬트리에 모인다. 직원들은 이를 종류별로 분류했다가 다시 12개의 지점으로 나눈다.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한 슈퍼마켓. 선반에 5달러짜리 '헝거 색'(HUNER SACK)이 놓여 있다. 마침 한 소비자가 헝거 색을 장바구니에 담고 이를 계산대에서 계산했다. 그 후 슈퍼마켓 한쪽에 놓여 있는 커다란 상자 안에 그 봉투 안에 든 내용물을 쏟아붓는다. 헝거 색 내용물은 약 10~15달러어치다.

이것은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푸드 팬트리'에 기증된다. 푸드 팬트리란 저소득층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기부문화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모인 먹을거리는 한곳에 모여, 다시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진다. 이것은 60년간 음식물 기부 문화를 지켜온 푸드 팬트리 비영리단체 DMARC(Des Moines Area Religious Council)의 활동이다. 1년 22억원의 예산으로 한 달간 3천500여 가구에 음식물을 제공한다. 2012년 5월 기준 3천499가구 9천522명에게 먹을거리를 나눠줬다.

DMARC가 고안한 헝거 색은 소비자가 5달러를 기부하고, 이를 비치한 소매상들은 도매가격으로 구입한 물품으로 구성해 5~10달러의 기부를 한 셈이다. 소비자와 소매상이 함께 기부하는 독특한 형식의 기부 물품들은 유통 창고에 모인다. 그러면 12개 매장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품을 공급한다.

DMARC의 디렉터 레베카 휘트로우 씨는 푸드 팬트리가 독특한 형태라고 말한다. "보통 미국의 푸드 팬트리는 통조림 식품들만 제공하는 곳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우리는 야채, 과일 등 싱싱하고 영양가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DMARC는 기부금을 받아 야채와 과일을 구입해 공급한다. 근처 농부들이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을 기증하기도 한다. "지난주 주말에는 1천㎏의 옥수수를 기부받았어요. 덕분에 우리가 신선한 음식을 공급할 수 있게 되죠."

요즘처럼 수확이 많은 여름에는 농부들의 기부가 늘어나고 있다. '땅에 조금 더 심어서 기부를 하자'는 마음으로 넉넉하게 심은 수확물이다. 농산물 기증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음에도 지난해에 비해 세 배 이상 기증물량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농부들이 소비자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열고, 팔다 남은 농산물들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파머스 마켓에서 기증받는 양이 매주 700~900㎏ 정도 된다. "파머스 마켓에서 팔다 남은 농산물을 기증하자는 것은 4년 전, 아이오와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제안한 거에요. 작은 제안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킨 셈이죠." 레베카 휘트로우 디렉터의 말이다.

이렇게 기증받은 물품을 포함해 매주 4천500㎏의 야채와 과일을 12개 지점에 공급한다. 모자라는 물품은 직접 구입해서 보낸다. 이렇게 12개 지점을 통해 네트워크를 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

예전에는 식품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저소득층 위주였는데 반해 최근 경제위기가 불어닥치면서 중산층의 식품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 "안타까워요. 맞벌이를 하다가 한 사람이 직장을 잃거나, 집값이 떨어지면서 식비를 줄여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죠."

물류 창고에는 음식물 외에도 기증받은 샴푸, 화장지, 기저귀, 타월 등도 쌓여 있다. 이것 역시 12개 지점으로 나눠진다. 그러면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가게 된다. DMARC의 직원 조나단 씨는 생활물품의 수요도 높다고 말한다. "어떤 것을 기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셔요. 그러면 저희는 돈이나 기저귀를 반기죠. 기저귀는 특히 비싸지만 아기들에겐 필수품이라서 꼭 필요한 거죠. 기증받은 돈으로는 음식만 살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생활물품이 부족할 때가 많아요." 이 지역 10세 미만의 아이들 가운데 20%가 빈곤층이거나 차상위계층이라는 통계를 봐도 아이들을 위한 물품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MARC는 12개 지점에서 대량으로 먹을거리를 구입하기 때문에 같은 1달러의 돈이라도 훨씬 가치 있게 사용된다. 도매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교회 등 자체 기부행사를 진행하던 곳에서 아예 DMARC로 일임해 돈을 기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덕분이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도 사람들은 창고를 드나들며 식품, 생활물품 등을 기증하고 돌아갔다. 소비자와 소매상, 농부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기부하고, 그 결과 지역사회는 더욱 더 풍성해지고 있다.

미국 아이오아주 디모인에서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