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권력·복수… 여전한 비극적 사건들

아이스킬로스 '비극전집'

많은 사람들이 불운 또는 자신의 과실에 의해 비극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러한 삶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비탄을 가져온다. 인간의 비극적 삶은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고대 그리스 비극시인들에 의해 극명하게 조명됐다. 도시국가들은 저마다 시민들의 심미감의 발달과 도덕적 교훈을 주기 위해 1만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비극시를 공연했다. 기원전에 건립된 많은 극장들이 유적으로 남아 있으며, 일부 극장들은 지금도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최초의 비극시인인 아이스킬로스(Aischylos'BC 525~456)는 비극시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둔 많은 비극시를 썼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7편에 불과하다.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자비로운 여신들' '페르시아인들'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 '탄원하는 여인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등이다. 이 작품들은 천병희 교수에 의해 그리스어에서 처음으로 완역됐다.(2008, 숲 출판사). 처음의 세 작품은 유일하게 남은 3부작으로 아트레우스 가문의 비극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3부작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아가멤논, 클뤼타이메스트라, 아이기스토스는 권력욕과 정욕의 노예가 되고 있으며, 오누이 관계인 오레스토스와 엘렉트라는 오직 복수욕에 사로잡혀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외면하고 있다.

'페르시아인들'에서는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의 탐욕을,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에서는 권력을 놓고 벌이는 형제간의 갈등, '탄원하는 여인들'에서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지배,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사랑하는 인간들을 위해 과감하게 제우스에 맞서는 프로메테우스의 비극적 운명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과실도 있었지만 올림포스의 신들이 그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었다. 과학이 발달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원인과 이유들을 모두 신들의 의지로 간주했다. 기원전 4세기 후반에 와서야 비로소 비극시들은 인간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시와 공연장은 시민들의 부정적인 정서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의 교양 교육을 담당했다.

신득렬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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