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일기] '?'에서 '!'로, 다시 '?'로

14년차 역사 전공 교사. 아내와 두 아이의 아빠.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들 중 가장 핵심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유령 아빠'라 불리며 "학교의 제자들이 중요해? 집의 아이들이 중요해?"라는 질문 아닌 핀잔을 듣는 처지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만큼 학교에서 만나는 제자들도 중요하지!"라는 대답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 내 아이, 그리고 내 눈 앞의 제자가 모두 소중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우리 아이와 우리 학생들 모두가 소중하다'라는 생각을 교직 생활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교사라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라는 고민을 항상 하게 된다. 탈무드에서는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고 말한다. 생텍쥐페리는 '배를 짓고 싶으면 둥둥둥 북을 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연장과 도구를 나눠주며 배를 짓도록 강요하지 마라. 다만 먼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일깨워라'(송숙희의 '워딩파워' 중에서)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게 하라!'

그래서 나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이 주제인 역사시간, "신석기 혁명은 왜 시작되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석기 혁명을 통한 생산력의 향상' 등 이점을 중심으로 답한다. 하지만 신석기혁명 시작 후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답이다.

당시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인간의 선택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추가질문을 한다. "농업 중심의 생활은 채집과 사냥 중심의 생활보다 쉽고 편안했을까?"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주장과 근거를 피력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은 해당시대의 추체험(다른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끼는 것)과 논리적 추론 능력의 향상이 가능하다.

나아가 현재의 문제로 접근하는 질문을 던진다. "신석기혁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었을까?" 이 질문엔 두 축의 대답이 나온다. 인류가 자연환경에 대응해 농지를 개간하고, 계획적인 삶을 살아가며 발전의 기반을 형성했다는 긍정적인 측면. 반면에 인위적인 농지 개간은 자연 파괴의 시발점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깨뜨리는 부정적 측면임을 스스로 파악하게 된다.

아이들은 '?'과 '!', 그리고 다시 '?'으로 이어지는 활동을 처음에는 힘들어 하지만 곧잘 따라한다. 이 시간을 통해 교사인 나와 학생은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시험과 그에 따른 진도에 쫓겨 욕심만큼 '?'과 '!'이 가득한 수업을 할 수 없는 현실의 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도 현실의 벽을 넘는 시도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교육 활동에서 가능하다.

'?'에서 '!'으로, 다시 '?'으로 진행되는 교육은 '바다를 그리워하고 갈망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스스로 현실적 능력으로 갖추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더불어 '묻고 답하고 다시 질문하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인 나도 성장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다.

안병학 송현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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