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과 2009년 개봉한 영화 '적벽대전'은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생각을 준 영화다. 어릴 때부터 중국 무협영화를 좋아했고 아직도 배우 이연걸의 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벽대전' 이후 '우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각도를 갖게 됐다.
적벽대전의 삼국은 위'촉'오 세 나라다. 이후 중국은 수나라가 통일왕조가 됐고, 수나라의 문제와 양제가 네 번에 걸쳐 고구려를 침입했지만 모두 막아냈다. 당나라가 건국되고 다시 당 태종이 고구려를 공격했지만 안시성 전투에서 당을 물리쳤다. 이뿐만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거란과 몽골을 막아냈다. 특히 몽골은 당시 전 세계를 정복했지만 고려에서는 명장 살리타이가 승려 김윤후에게 죽었고, 고려에 대한 완전 정복을 포기하지 않았는가.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났지만 바다에서는 이순신, 땅에서는 정기룡 장군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막아낸 나라가 아닌가. 영화 '적벽대전'의 스케일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자,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붉은 악마의 응원과 단결력은 축구 명가들이 즐비한 유럽의 훌리건이 손을 들 정도였다. 태극전사들은 올림픽에서 항상 10위권 안에 속하며 이번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3위의 성적을 거뒀다. 과연 무엇이 우리의 저력이며, 어떠한 피가 우리의 몸속에 흐르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아야 한다.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를 잘 알아야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대화와 산업화가 빨리 이뤄지면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 과거란 부끄러운 것이고, 잘 몰라도 되는 것이며,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인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부모님을 더욱 잘 알 필요가 있고, 우리 가족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가풍 혹은 가정환경은 우리라는 인격체를 만들어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집안에 대해, 조상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안다는것은 결국 '나'라는 인격체를 완성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 할아버지는 항상 "우리 광산 김씨 사계 김장생 할아버지께서는 말이지…"라며 서두를 꺼내시고는 줄곧 한 시간을 쉼 없이 말씀하시곤 했다. 언제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그 말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들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내 마음속에서는 하나의 가치 기준이 되었다. 대학시절 주위 친구들보다 공중도덕에 관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나 자신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광산 김씨 사계 김장생 할아버지의 후손'이라는 무의식적인 가치관이 행동 기준 중 하나가 됐다고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 청소년들과 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마음속에 자부심이 꽉 차 있었으면 좋겠다. 웅대한 기상과 올바른 역사의식이 어두운 밤 자동차 라이트처럼 환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김하나 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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