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의회 행동강령 '꼼수'

경조사 통지·금품 수령 제한 등 알맹이 빠져

대구시의회(의장 이재술)가 조만간 제정할 '의원 행동강령' 조례(본지 14일자 6면 보도)가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최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시의회는 29일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행동강령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권익위와 체결할 예정이다. 시의회 조례안은 전체 6장 30개 조문과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제2~4장에 지방의원이 지켜야 할 행위기준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은 ▷공정한 직무 수행 ▷부당이득 수수 금지 ▷건전한 지방의회의 풍토 조성 등이다.

그러나 조례안에는 권익위가 대통령령으로 제정, 지난해 2월 시행에 들어간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의 행위기준 일부가 빠져 있다. 특히 대통령령 제4장 제17조의 경우 경조사의 통지와 경조금품의 수수 제한을 적시하고 있지만 조례안에는 통째로 누락돼 있다. 대통령령은 일부 예외규정을 두긴 했지만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를 알려선 안 되며, 통상적 관례의 범위에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조례안 제3장에선 공용물의 사적 사용'수익의 금지를 규정한 제10조가 삭제됐다. 대통령령에는 '각종 공용물과 예산의 사용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한 항공 마일리지, 적립 포인트 등 부가서비스를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수익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현재 6대 의회는 2010년 9차례(30명), 2011년 14차례(49명), 올해 7차례(33명'이상 연인원)에 걸쳐 국외연수를 실시했다.

외부 강의'회의 등의 신고를 적시한 대통령령 제4장 제14조도 조례안에는 없다. '대가를 받고 세미나'공청회 등에서 강의'발표'자문 등을 할 때에는 미리 일시 및 대가를 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또한 시의원들의 편의만을 고려한 의도적 누략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대구시의회의 '꼼수'에 대해 권익위 측은 "조례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령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일부 조문을 제외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의회가 주민의 대표자로서 청렴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취지로 자체 행동강령을 만들면서 상위 법규인 대통령령의 내용을 뺀 것은 '정치적 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조례안 성안 과정에서 너무 가혹한 규제라는 시의원들의 의견이 있어 일부 내용은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