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출·내수·부동산 트리플 침체…짙어지는 불황의 그늘

저성장 고물가, 빨간불 켜진 상태

정부가 이번 주 초 '9'10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내수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세금을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수출은 줄고, 물가가 고개를 들면서 안팎으로 우리 경제의 목줄이 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는 3.3%였다. 그러나 10개 해외 투자은행의 7월 전망치 평균은 2.9%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던 무디스조차 2.5% 성장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가 6만~7만 개 날아간다.

◆바닥 친 내수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 소비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국산차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3가지는 정부가 내수 소비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하는 주요 품목으로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석 달 내리 떨어져 99를 기록했다. 이는 1월 이후 처음 10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이 지수가 100 이하면 향후 소비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경제 전체의 소비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0.5%를 기록해 주춤했다가 7월에는 3.4% 증가세로 반전했다.

◆카드 연체 최고

경제가 악화되자 카드 연체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2분기 총채권 실질연체율이 2.74%로 전분기 대비 0.06%p 올랐다. 3%에 육박하는 연체율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말(4.1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카드구매 이용 실적도 119조7천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6%(6조3천억원) 증가했다.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20조8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8.3%(1조6천억원) 늘었다.

반면 카드대출 실적은 감소했다. 2분기 대출실적은 2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2조원) 줄었다. 1분기에 비해서도 2천억원 감소한 것. 지난 6월 말 현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발급 수는 총 2억1226만 장으로 지난해 말 대비 334만 장(1.6%) 증가했다. 신용카드 회원 수는 현재 8천500만 명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하반기에 저신용 한계 채무자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집값도 걱정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집값이다. 특히 부채를 안고 산 집이라면 부채보다 집값이 더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서민들이 적지 않다. 주택시장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건설시장의 불황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증시에 상장된 건설사의 42%가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해 건설 경기 적신호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사 33개 중 42.4%인 14곳이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진행 중인 업체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순이익을 낸 19개사 중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개선된 기업은 8개사에 그쳤으며 동부건설, 성지건설 등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무려 전년 동기 대비 87.68%, 84.42% 각각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 건설업체의 사정이 하반기에도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회사들의 주요 분석대상 건설사 가운데 대부분 업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동기보다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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