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집안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책들. 일종의 계륵(버리기는 아깝고, 갖고 있으려니 부담)이다. 자신의 손때 묻은 책이나 직접 사인을 해서 준 책 선물 등은 쉽사리 버려지지가 않는다. 특히 거금을 들여서 산 전집이나 시리즈물 역시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버리기 아쉽다.
책 정리 또는 보관 때문에 고민을 하지 않는 몇몇 디지털 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정에서는 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책 정리 때문에 신경이 날카롭고, 아내는 아내대로 갈수록 늘어나는 책 때문에 집안의 부족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짜증이 샘솟는다. 여기에 자녀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은 늘어만 간다. 그렇다고 엄마를 도와 정리에 일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나름 책 정리 및 보관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봤다. 이들은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었다. 효율성이 첫 번째였다. 책의 비중과 근접성에 따른 책 분류 체계도 잡고 있었다. 살짝 들여다본 그들의 노하우!
◆시인 이태수의 글방 속 시스템
언론인 출신의 이태수(65) 시인은 엄청난 양의 책들을 집안에 쌓아두다 그것마저 어려워지자 아예 60㎡(18평) 정도의 공간에 아예 자신만의 글방을 만들었다. 이 글방에는 1만 권이 훌쩍 넘는 책들이 이 시인만의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잘 정리돼 있었다. 이 글방뿐 아니라 그의 집 거실 한쪽 벽면에는 자신과 직접 관계된 책들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보관돼 있다. 황토벽돌을 이용해 직접 만든 책장은 저렴한 비용에도 효율성이 돋보였다.
이 시인의 책 정리 노하우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면 ▷비중 있고 선호도 높은 작가의 서적은 가장 눈에 잘 띄는 칸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작가별로 모아서 ▷시'잡지'계간지 등은 넘버링을 매겨서 책장 위로 ▷최신 서적과 작업 중인 일들과 관련된 서적은 책상 위 또는 바로 옆 책장에 ▷인문'철학서, 정치'사회과학서, 에세이류, 시조류, 외국원서는 별도 책장에 ▷소파 옆에는 손이 자주 가는 최신판 또는 관심 분야의 책 비치 등이었다.
작은 창고에도 책만 가득 쌓여 있었다. 하지만 무질서하지는 않았다. 버려도 되는 책들도 목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누런 박스에 담겨 있었다.
이태수 시인은 "일간지 문화부 초년병 기자 시절부터 소중하게 간직해 온 책들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며 "방법을 찾다찾다 글방을 하나 마련했는데, 이런 저 자신만의 체계적인 분류법과 정리 노하우가 없으면 뒤죽박죽 섞여서 감당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 시인은 1만여 권의 책들을 컴퓨터가 분류해 내듯 어디에 뭐가 있는지 꿰뚫고 있었다.
◆지역 유명작가의 책 보관 노하우
대구지역의 유명한 한 소설가는 수많은 책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자신만의 비법으로 돌파한다고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그의 비법 중 하나는 책 한 권이 새로 집안에 들어오면, 반드시 잘 읽지 않는 다른 한 권을 버려서 책 총량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절한다는 것.
그는 또 나름의 노하우를 제시했다. 첫째, 맨 왼쪽 두 칸에는 언제든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에세이, 노자'장자 등 가장 자주 보는 책들을 보관함. 둘째, 역사서는 한 책장에 비치해서 언제든 한눈에 역사 관련 검색이 가능하도록 함. 셋째, 책장 제일 밑에 있는 칸에는 취미생활과 관련된 농업서적을 비치해 누웠을 때 꺼내서 볼 수 있도록 함. 넷째, 사전류(국어'영어사전)는 책장이나 책꽂이마다 비치해 책 읽다 막히면 곧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버리는 것도 일종의 삶의 미학이다. 이 소설가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책들을 박스에 담은 뒤, '거의 읽지 않는 책들'이라고 표시한다. 그리고는 1년 정도 지나면 가차없이 버린다. 특히 이사를 갈 때면 이런 박스들은 모조리 폐기처분이다. 그는 "언젠가 한번 보겠지 한 책들은 다시는 안 볼 책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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