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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가요 이야기'이난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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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목포의 눈물'…애틋한 정서 살린 민족의 노래

모질게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의 중반에서 이 노래의 구성진 가락을 듣노라면 가슴 속에 켜켜이 쌓였던 커다란 빙하가 시원하게 녹아내리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곤 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한 잔 술에 취하고 흥에 겨우면 여기저기서 부르느니 오직 이난영의 노래요, 그 창법과 음색의 흉내였습니다.

이난영의 노래에 가사를 많이 제공했던 작사가로는 조명암, 박영호, 이규희. 남풍월, 김능인, 윤석중, 차몽암, 박팔양, 신불출, 양우정, 강해인 등입니다. 주로 시인들이 많은 작품을 주었습니다. 작곡가로는 문호월, 염석정, 홍난파, 이면상, 손목인, 박시춘, 김해송, 이봉룡 등 당대 최고의 대가급입니다.

이난영 노래의 특색이라면 밝고 생기로운 느낌이 드는 청년기 세대들의 삶에서 테마를 선택한 작품들이 많았고, 이난영이 이를 잘 소화시켰습니다. 그 때문에 경쾌하고 깜찍하며 발랄한 정서가 듬뿍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김해송과 함께 만든 작품 중에는 재즈 스타일의 노래들도 많았습니다. 더불어 이난영의 노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신민요풍의 곡입니다. '오대강 타령' '이어도' '녹슬은 거문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드디어 이난영의 생애에서 최고의 해가 찾아왔습니다. 1935년, 그녀의 나이 19세 되던 해에 한국가요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목포의 눈물'(문일석 작사'손목인 작곡)이 오케레코드사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무려 5만 장이나 팔려 나가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노래 한 곡으로 이난영은 단번에 가요계의 여왕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 곡의 유행가는 식민지 땅을 온통 흐느낌으로 잠기게 하였고, 항구도시 목포를 애틋한 추억의 장소로 되살아나게 했습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마치 꽁꽁 앓는 듯한 이난영 특유의 콧소리에다 흐느끼는 듯 잔잔하게 애간장을 토막토막 끊어내는 느낌의 창법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노래였습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이난영의 창법에는 남도 판소리 가락의 오묘한 효과가 그대로 배어난다며 무릎을 쳤습니다. 가슴에 깊은 슬픔이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 노래를 혼자 나직이 흥얼거려 보십시오. 그런 다음에 어떤 반응이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가만히 지켜보시기를 권해 봅니다.

사실 이 노래는 가사에도 반영되어 있듯 일제에 대한 한과 저항의 혼이 표현된 민족의 노래였습니다. 비록 인기가수가 되었지만 이난영에게 시련과 역경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작곡가 겸 가수로 이난영과 급격히 가까워진 김해송은 기어이 혼인을 했고, KPK란 이름의 악극단 경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세찬 풍파는 이 부부를 영원한 이별로 갈라놓았습니다. 일곱 자녀에게 매질로 노래를 가르쳐 김보이즈와 김시스터즈로 미국에 진출시켰지만 이난영은 늘 혼자였습니다. 결핵에 걸려 임종을 앞둔 가수 남인수와 마지막 불나비 같은 사랑을 불태우다가 1965년, 결국 49세의 나이로 혼자 쓸쓸하게 최후를 맞이합니다. 경기도 파주의 어느 산중턱에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묻혀 있던 이난영은 드디어 2006년 목포 삼학도 자락, 그녀의 고향 언덕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목포시가 주선한 수목장 덕분입니다.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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