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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입으로 잡은 붓, 화가의 꿈 그리다…구필화가 송진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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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교통사고가 난 지 보름 만에 의식을 되찾은 송진현(45) 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군 장교로 군 복무 중이었던 1996년 2월 새벽. 급브레이크를 밟은 앞차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핸들을 돌린 송 씨의 차가 미끄러져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그는 목 경추 3, 4번과 경수가 절단돼 온몸이 마비되어 누워 지내야만 했다.

"평생을 침대에서 보낼 순 없었죠. 수소문 끝에 이 분야 전문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목은 가눌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재활센터를 찾아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며 재활을 했다. 그 결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입과 발로 그림을 그리는 장애인 구족화가를 처음 만난 뒤 그의 꿈도 재활 됐다.

"저의 어릴 적 꿈이 화가였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접어야 했죠. 구족화가를 본 뒤 그 꿈이 다시 꿈틀거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송 씨는 컴퓨터로 미술을 공부했다. 컴퓨터 자판 보조기를 손가락에 끼고 더디고 느리지만 꿈을 찾아 깨어 있는 동안 그림 공부를 했다. 붓이 짧아 나무젓가락과 대나무 등을 연결해 입에 물었다. 침이 계속 흘렀다. 붓과 연결한 막대를 너무 힘껏 물어 입술은 부르텄고 잇몸에서는 피가 났고 앞니가 휘어졌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그럴수록 그림에 대한 욕구가 넘쳐났다. 독학의 한계를 느끼고 대구장애인협회 미술반에 등록해 체계적인 미술공부를 했다. 그 결과 2004년에 일반 미술 공모전에 처음 입선되었고 2006년에는 세계구족화가협회에 정식 회원이 될 만큼 그림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재는 장애인 미술교육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송 씨는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침대에서 보낸다. 그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 오전 11시에 출근해 휠체어에 앉혀야만 하루가 시작되고 퇴근하는 오후 7시면 침대로 다시 옮겨진다. 활동하는 8시간 중 4시간을 그림에 몰두한다. 더딘 작업으로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그림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줬다고 한다. "예전의 비관적인 생각이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작가 명함도 가지게 돼 자존감이 생겼습니다."

현재 (사)대구장애인미술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장애인들의 창작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누리고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의 꿈은 화가를 꿈꾸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계속 기부하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만한 작품 한 점을 남기는 것이다. 구필화가 송진현 씨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입으로 붓을 잡는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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