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일제 학도병 끌려갔던 김수환 추기경

'너희와 모두를 위하여!'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성직자의 길을 걸으며 영원한 종교 지도자로 각인된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은 일제의 조선침략 피해자이기도 했다. 천주교를 믿던 부모님 영향으로 일찍부터 사제의 길을 준비하던 그는 일본에 유학하며 나라 잃은 백성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또 2차 대전을 일으킨 일제에 의해 학도병 신세가 되는 곤욕을 치른 경험도 있다.

그는 일제의 전쟁 패배와 패망, 조국의 광복으로 고국으로 돌아와 신학대학 공부를 마친 뒤 사제서품을 받아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마침내 1969년 47세의 나이로, 한국 최초이자 전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 됐다. 1970년대 서슬 퍼렇던 독재 정권 아래에서 이 땅의 민주화운동에 큰 힘이 되는 울타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울 명동성당이 민주화 성지처럼 여겨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북한의 6·25 남침전쟁이란 동족상잔의 아픔을 지켜봤던 그였기에 남북관계 개선에도 관심을 보였다. 1989년 서경원 당시 국회의원의 방북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기자회견을 통해 남과 북의 관계가 나아지길 바라는 교회의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1989년 북한 김일성 주석은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방북 초청도 했다. 또한 1995년 오늘 방북 의사를 밝혔으나 성사는 되지 않았다.

정인열<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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