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초'중엽 우리나라 장류에 관한 기록은 임원십육지,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등 고서적에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담그는 법에 관해 자세하게 전하고 있는 책은 드물다. 19세기 중'말엽쯤 어느 사대부 집에서 몇 가지 조리음식과 '장 담그는 방법'의 유일한 조장법이 기록된 서적이 발견됐다. '김승지댁주방문'과 종합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작자 미상)다.
이 두 책에서 우리나라 민가의 장 담그는 기법에 관한 기록을 남겨 사대부가의 장류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사례가 되었다. 여기에 언급한 장류의 유형은 장(醬), 시, 즙장(汁醬)의 범위로 그 당시 장류문화의 흐름을 알아보자.
▷간장(艮醬)='메주 한 말에 물 한 동이, 소금 일곱 되씩 담되 늦게 담그면 소금을 좀 더 넣어야 한다'며 메주 제조법은 밝히지 않고, 소금물과 메주의 침장 비율만 밝히고 있다. 이러한 구성비는 외부의 기온 상승에 따라 소금 비율을 늘리는 조장 관행으로 오늘에까지 조장기법이 전승되고 있다.
▷진장(眞贓)=간장보다 진한 '진간장'을 말하는 것으로 진장이란 표현을 처음 언급했다. 조장법은 '9월에 메주를 쑤되, 검은콩 한 말을 쑤어 상법에 따라 고추장 메주같이 한 줌 손안에 들게 작은 덩어리의 메주를 만들고, 상법에 따라 띄워서 검은콩 메주 한 말에 물 한 동이, 소금 4, 5되의 비율로 침장하되 100일 만에 간장을 떠서 달인다. 이때 검은콩 1되, 대추 1되, 찹쌀 5홉을 더 넣어 달인 다음 항아리에 담아 음지에 두거나 볕을 쬔다'고 하였다.
이런 진장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선 초기부터 전해진 간장을 오래 묵혀서, 달고 차진 간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진간장'이라 말하는 의미와 여기서 밝힌 묽지 않고 달고 진한 간장을 만들어 내는 '진장'의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약고초장(藥苦椒醬)=조선 시대 중엽(18세기 중엽) '증보산림경제'에서 고추장이 등장한 이래 '약'(藥)자가 붙여진 고추장이 여기서 처음 언급됐다.
조장법은 조선 시대 중엽 '규합총서'에서 밝힌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대추'육포가루'꿀을 적극 첨가하여 침장하였다. 약고추장이라 한 것은 꿀로 단맛을 강화한 것 때문이라 보인다.
▷집장(汁醬)=조선시대 중엽 '규합총서'에서 즙장으로 불렸던 것으로 여기서 처음으로 '집장'이란 말을 사용했다.
그 조장법을 풀이해보면 '칠월에 콩과 밀기울을 섞어 메주를 만들되, 솔잎에 켜켜로 재워 띄운 다음 말려서 가루를 낸 후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고추와 오이, 가지를 곁들이되 고추는 볶아서 숨을 죽이고, 가지와 오이는 소금에 절였다가 퇴렴(소금을 털어냄)한 후 물기를 짜내 즙장에 켜켜로 침장하여 두엄 속에서 발효 숙성시키는 순서를 가진다'고 했다. 기름에 볶아 숨을 죽여 사용하는 새로운 조장법이 눈길을 끈다.
▷담북장(淡北醬)=이 장류는 이미 조선 초기부터 고온 속성 된장으로 많이 담가 먹었던 것이다.
11월쯤에 띄운 메주를 쪼개 더운물에 담가 더운 방에서 속성발효 시킨 후 3, 4일 후에 소금 간을 하여 만든 장이다.
반면에 여기서는 '9월에 고추장 메주같이 쥐어서 만든 메주를 14일 동안 띄워 말린 후 가루를 내 따뜻한 물에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방안에 두었다가 이틀 후 소금을 섞어 간을 맞춘다'고 하였다.
특히 '담북장은 봄 채소와 함께 먹거나 움파, 버섯, 배추 등을 깨끗이 씻은 후 썰어 장에 합하여 기름에 지져 먹으면 맛있다'고 밝힌다. 아마 오늘날 쌈장과 같은 역할의 묽은 장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속성된장의 의미는 같은 청국장 발효를 '담북장'이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