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장류(3) 조선시대의 장담그기

고추장에 대추'육포가루'꿀…단맛 더 내기도

조선 시대 초'중엽 우리나라 장류에 관한 기록은 임원십육지,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등 고서적에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담그는 법에 관해 자세하게 전하고 있는 책은 드물다. 19세기 중'말엽쯤 어느 사대부 집에서 몇 가지 조리음식과 '장 담그는 방법'의 유일한 조장법이 기록된 서적이 발견됐다. '김승지댁주방문'과 종합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작자 미상)다.

이 두 책에서 우리나라 민가의 장 담그는 기법에 관한 기록을 남겨 사대부가의 장류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사례가 되었다. 여기에 언급한 장류의 유형은 장(醬), 시, 즙장(汁醬)의 범위로 그 당시 장류문화의 흐름을 알아보자.

▷간장(艮醬)='메주 한 말에 물 한 동이, 소금 일곱 되씩 담되 늦게 담그면 소금을 좀 더 넣어야 한다'며 메주 제조법은 밝히지 않고, 소금물과 메주의 침장 비율만 밝히고 있다. 이러한 구성비는 외부의 기온 상승에 따라 소금 비율을 늘리는 조장 관행으로 오늘에까지 조장기법이 전승되고 있다.

▷진장(眞贓)=간장보다 진한 '진간장'을 말하는 것으로 진장이란 표현을 처음 언급했다. 조장법은 '9월에 메주를 쑤되, 검은콩 한 말을 쑤어 상법에 따라 고추장 메주같이 한 줌 손안에 들게 작은 덩어리의 메주를 만들고, 상법에 따라 띄워서 검은콩 메주 한 말에 물 한 동이, 소금 4, 5되의 비율로 침장하되 100일 만에 간장을 떠서 달인다. 이때 검은콩 1되, 대추 1되, 찹쌀 5홉을 더 넣어 달인 다음 항아리에 담아 음지에 두거나 볕을 쬔다'고 하였다.

이런 진장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선 초기부터 전해진 간장을 오래 묵혀서, 달고 차진 간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진간장'이라 말하는 의미와 여기서 밝힌 묽지 않고 달고 진한 간장을 만들어 내는 '진장'의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약고초장(藥苦椒醬)=조선 시대 중엽(18세기 중엽) '증보산림경제'에서 고추장이 등장한 이래 '약'(藥)자가 붙여진 고추장이 여기서 처음 언급됐다.

조장법은 조선 시대 중엽 '규합총서'에서 밝힌 것을 그대로 이어받아 대추'육포가루'꿀을 적극 첨가하여 침장하였다. 약고추장이라 한 것은 꿀로 단맛을 강화한 것 때문이라 보인다.

▷집장(汁醬)=조선시대 중엽 '규합총서'에서 즙장으로 불렸던 것으로 여기서 처음으로 '집장'이란 말을 사용했다.

그 조장법을 풀이해보면 '칠월에 콩과 밀기울을 섞어 메주를 만들되, 솔잎에 켜켜로 재워 띄운 다음 말려서 가루를 낸 후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고추와 오이, 가지를 곁들이되 고추는 볶아서 숨을 죽이고, 가지와 오이는 소금에 절였다가 퇴렴(소금을 털어냄)한 후 물기를 짜내 즙장에 켜켜로 침장하여 두엄 속에서 발효 숙성시키는 순서를 가진다'고 했다. 기름에 볶아 숨을 죽여 사용하는 새로운 조장법이 눈길을 끈다.

▷담북장(淡北醬)=이 장류는 이미 조선 초기부터 고온 속성 된장으로 많이 담가 먹었던 것이다.

11월쯤에 띄운 메주를 쪼개 더운물에 담가 더운 방에서 속성발효 시킨 후 3, 4일 후에 소금 간을 하여 만든 장이다.

반면에 여기서는 '9월에 고추장 메주같이 쥐어서 만든 메주를 14일 동안 띄워 말린 후 가루를 내 따뜻한 물에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방안에 두었다가 이틀 후 소금을 섞어 간을 맞춘다'고 하였다.

특히 '담북장은 봄 채소와 함께 먹거나 움파, 버섯, 배추 등을 깨끗이 씻은 후 썰어 장에 합하여 기름에 지져 먹으면 맛있다'고 밝힌다. 아마 오늘날 쌈장과 같은 역할의 묽은 장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속성된장의 의미는 같은 청국장 발효를 '담북장'이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