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예천 경북도신청사 이식 조경수 간택 어떻게?

道역사 간직한 기념식수 22그루 '1순위'

1974년부터 1978년까지 재임한 김수학 14대 도지사가 1978년 기념식수한 느티나무.
1974년부터 1978년까지 재임한 김수학 14대 도지사가 1978년 기념식수한 느티나무.
산격동 도청 입구 왼쪽에 있는 은목서는 김관용 도지사가 2008년 식목일에 기념식수했다.
산격동 도청 입구 왼쪽에 있는 은목서는 김관용 도지사가 2008년 식목일에 기념식수했다.
산격동 도청 뒷동산에는 1987년 2월 24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 부부가 기념식수한 나무가 있다. 역대 대통령 이 경북도청에 심은 유일한 나무다. 서광호기자
산격동 도청 뒷동산에는 1987년 2월 24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 부부가 기념식수한 나무가 있다. 역대 대통령 이 경북도청에 심은 유일한 나무다. 서광호기자
대구 북구 산격동의 경북도청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에 반송이 있다. 김관용 도지사가 2007년 4월 5일 식목일에 기념식수했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경북도청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쪽에 반송이 있다. 김관용 도지사가 2007년 4월 5일 식목일에 기념식수했다.

경북도청의 나무가 2014년 완공 예정인 신청사를 따라 안동'예천으로 가기 위해 치열한 '오디션'을 거치고 있다. 현재 산격동 도청 부지의 조경수 중 선택받은 나무들만이 신청사로 입성할 수 있다. 경쟁률은 10대 1이 넘는다. 나이가 많은 나무, 뿌리가 약한 나무, 생태 환경이 맞지 않는 나무 등은 제외된다. 특히 이전 계획에 포함된 수종이 아닌 경우도 옮겨가기 힘들다. 도청 직원들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하는 나무들. 과연 어떤 나무가 치열한 관문을 뚫고 안동'예천으로 갈 수 있을지?

◆11% 안에 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

23일 오후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상북도청 입구 쪽 정원. 경북도 신도시조성과의 윤주완 신청사 조경담당은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느티나무를 유심히 둘러봤다. 7~8m 남짓한 나무의 높이와 어른 머리만한 줄기의 굵기, 잔가지가 뻗은 모습 등을 꼼꼼히 살폈다. 나무 아래 땅에는 무릎 높이의 표지석이 놓여있었다. 표지석에는 '김수학 도지사'라고 적혀 있다. 1974년 9월부터 1978년 12월까지 재임한 김수학 14대 경북도지사가 임기가 끝나기 2개월 전인 1978년 10월 5일에 심은 기념식수다.

윤 담당은 "도청 내 나무 가운데 일부를 신청사로 옮겨 갈 예정이다"며 "전 도지사의 기념식수로서 도청의 역사와 함께 한 이 느티나무는 내년 완공 예정인 신청사로 옮겨 갈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의 도청 부지에는 1천325그루의 나무가 있다. 종류만 해도 59가지다. 그 중 도청 뒷동산에 제일 많은 40종, 541그루가 있다. 다음으로 주차장(285그루), 도청 앞마당(209), 의회(200), 교류관(90) 순이다. 종류별로 보면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가 154그루로 제일 많고, 소나무(144)와 가이즈까향나무(103), 벚나무(93), 느티나무∙배롱나무(85)가 뒤를 잇는다.

경북도는 안동'예천 신청사와 의회청사 부지에 조경수 및 가로수로 4만4천800여 그루를 심을 계획을 세웠고, 그 가운데 현 도청 내 나무 약 150그루를 포함했다. 이는 산격동 도청의 전체 나무의 11% 정도로 선택받은 나무만이 안동'예천으로 이전하는 도청을 따라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식 가능성 높은 기념식수

신청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무는 바로 기념식수들이다. 경북도는 기념식수 22그루를 모두 신청사로 이식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단, 나이가 많거나 기후의 차이로 인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을 수 있는 나무는 제외된다.

기념식수 수종은 도목인 느티나무가 절반인 11그루로 가장 많고, 심은 사람도 15그루가 도지사로, 대부분을 차지해 역대 경북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민선 도지사들이 모두 2번 이상 기념식수를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의근 전 도지사는 1995~2006년 재임기간 동안 3번에 걸쳐 기념식수를 했다. 김관용 도지사는 2007, 2008년 식목일에 각각 반송과 은목서를 도청 입구 양쪽에 심었다. 이 나무들은 비교적 최근에 심었기 때문에 수령이 많지 않고, 도목인 느티나무와 상록수인 반송과 은목서로서 이식 가능성이 높은 편.

가장 오래된 기념식수는 김인 도지사가 1964년 4월 5일 제19회 식목일에 심은 벚나무다. 이 나무는 1966년 대구 중구 포정동에서 북구 산격동으로 도청을 이전하면서 함께 온 유일한 기념식수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1987년 2월 24일 도청을 찾아 심은 은행나무도 있다.

◆올해 10월 조경 공사 예정

경북도는 올해 10월쯤 본격적인 조경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사와 자문을 거쳐 이식할 나무 150그루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규일 경북도 신도시조성과 청사건축 담당 사무관은 "이식은 나무에게 큰 도전이다. 현지 기후와 온'습도, 토질 등에 적응해야 뿌리를 잘 내릴 수 있고 결국 살아 남을 수 있다. 대구지역에서 경북 북부로 옮기는 것은 따뜻한 아파트에 있다 산골 오두막 냉골로 가는 것처럼 생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대희 본부장은 "이식한 나무가 안동'예천의 땅과 만나서 융합하고 조화를 이뤄야 생존하듯이 신도청도 융합과 조화를 통해 새롭게 뿌리를 내린다는 상징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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