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를 보는 국민의 심경은 참담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밀봉 인사'가 부른 화라는 평가는 지엽말단적인 얘기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우리 사회 지도층에 만연해 있는 도덕 불감증과 부, 명예, 권력의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탐욕의 이중주가 빚어낸 도덕적 파탄이다. '법치'에 가려진 김 후보자의 뒷모습은 더 이상 존중할 지도층도, 귄위도 없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얼굴이다.
김 후보자는 재산 형성 과정과 두 아들의 병역면제에 대한 언론의 의혹 제기에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지인에게는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쏟아진 팩트만 해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법치'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 무엇이 억울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억울하다면 제기된 의혹을 뒤집는 '팩트'를 제시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팩트가 없었는지 김 후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총리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로써 그를 향한 언론과 여론의 검증의 칼은 일단 칼집 속으로 들어갈 것이고, 그는 자신이 보호하고자 했던 명예(그에게 명예라는 것이 있다면)의 일부라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받았다. 이런 지도층으로는 국민 대통합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절망이다. 김 후보자의 사퇴가 결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만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원하지만 우리 지도층은 더 희생하기는커녕 지킬 것도 지키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반칙을 반칙이라고 인식하지도 못해왔다는 사실이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는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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