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리앗과 맞장 대구의 빵집] 추억의 빵집, 지금은…

가업 이은 2세들, 신세대 입맛 기술혁신에 심혈

◆대구 동성로 '삼송베이커리'

대구 중구 동성로 옛 제일극장 맞은편에 있는 '삼송베이커리'. 1940년대 말부터 대구의 빵을 대표해 온 '삼송빵집'의 상호를 계승해 오고 있는 추억의 빵집이다. 대구 제빵업계의 원조 빵집 중의 하나인 삼송빵집의 창업주는 서모 사장이었다. 서 사장은 4남매를 뒀지만 삼송빵집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했다. 자식들이 공부 때문에 모두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 속의 삼송빵집은 그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화재사고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1973년부터 현재의 박명호(69) 사장이 '삼송'의 명성을 잇고 있다.

황해도 출신인 박 사장은 한국전쟁 때 대구로 피란 왔다. 18세 때 평리동 모 빵집에서 일하면서 제빵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후 유명세를 떨치던 대신동 삼송빵집으로 옮겨 일하면서 삼송의 서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박 사장은 "1970년대 초 동산약국 옆에 있던 삼송빵집은 계성고와 원화여고, 신명여고 학생들이 주요 손님이었다"고 회상한다.

1973년 삼송을 이어받은 박 사장은 1983년 대신동 시대를 마감하고 동성로 제일극장 맞은편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다. 이름도 '삼송베이커리'로 바꿨다. 지금은 박 사장과 대신동 니베의상실을 경영했던 부인 정옥지 씨, 아들 성욱(45) 씨 등 가족이 삼송빵집을 지키고 있다. 성욱 씨는 11년 전부터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은 성욱 씨가 개발한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내는 '구운 야채 웰빙 크로켓'과 통옥수수가 든 '소프트 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옥지 씨는 "소프트 콘은 먹을수록 그 맛에 중독된다는 뜻으로 손님들이 '마약 빵'이란 별칭을 붙여줬다"고 한다. 청도에서 생산하는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 빵'과 '소보로 찹쌀떡'도 서울에서 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 품목이다. 봄에는 불고기 크로켓과 김치, 치즈로 만든 크로켓을 선보인다. 박 사장은 "요즘 윈도 베이커리(동네 빵집)가 대형 프랜차이즈와 맞서 싸우려면 그 집만의 독특한 맛을 내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학졸업 후 다른 일을 하다가 가업을 잇게 된 성욱 씨도 "대구 빵집의 대명사였던 '삼송빵집'의 명예를 지켜가기 위해서라도 정직하게 한길로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한다. '삼송베이커리' 가족의 모습에서 진정한 '대구 빵의 자존심'이 느껴졌다.

◆안동 '맘모스'

경북에도 추억의 빵집이 있다. 안동의 맘모스는 1974년 문을 연 후 안동시민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창업주 이석현(67) 사장은 1972년 오토바이에 빵 굽는 기계를 싣고 안동에 왔다. 안동교육대학 구내 빵집을 하면서 돈을 벌어 1976년 중심가에 맘모스를 열었다. 가장 인기 있는 빵은 프랑스의 고급과자인 '마카롱'과 '맘모스 빵'이다. 이 사장은 "뭐든지 남보다 앞서 나가자. 최소한 10년을 빨리 달리자"고 강조한다.

맘모스는 서울의 유명 제과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신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빵집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5년마다 최신 스타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미술을 전공한 둘째 아들 이정우(33) 실장은 프랑스와 일본의 제과학교에서 공부한 뒤 고향에 돌아와 가업을 잇고 있다. 이런 전통과 경영혁신 덕분에 맘모스는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