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주민들이 가장 고통받는 것은 바로 '물가'다. 육지보다 2배 가까운 물가는 관광이 주요 산업인 울릉도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음식재료 등 거의 모든 생필품을 육지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울릉도로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민들은 비싼 화물 운반료 등 선박 운항 회사의 독과점 횡포가 가뜩이나 높은 울릉도 물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불만을 높이고 있다.
◆김치찌개 하나에 8천원? 비싼 울릉도
경상북도 물가관리시스템을 보면 2월 기준으로 쌀(20㎏)은 평균 4만7천312원, 보리쌀(1kg) 2천813원이다. 하지만, 울릉군에서는 쌀은 평균 5만2천원, 보리쌀은 4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울릉군에 주로 식품류를 공급하고 있는 포항지역의 평균가격을 보면 쌀 4만6천원, 보리쌀 2천500원으로, 울릉지역이 쌀은 13%, 보리쌀 25%나 비싸다.
이러한 현상은 야채 등 신선도 식품일수록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파(1㎏)의 경우 경북도 평균 2천761원, 포항시 3천원, 울릉군 4천원 등으로 포항보다 울릉이 34% 높았으며, 무(1㎏)는 울릉이 3천원으로 도 평균 1천270원, 포항 800원보다 무려 4배에 가까이 높다. 이 때문에 울릉도의 음식점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보통 8천원 이상을 줘야 사먹을 수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울릉도에는 제철 생선류와 산나물 등 일부 품목 외에는 자체 생산이 불가능하다. 모두 외부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항만 운송비, 인건비 등이 더해져 비싸지는데 가장 큰 요인은 항만 운송비"라면서 "비싼 음식값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큰 불만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뱃삯과 함께 오르는 물가
선박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울릉도에서는 '선박 운송료=물가'의 등식이 성립한다.
현재 육지와 울릉도를 오가는 화물 운송선은 300t급 비정기선 3대와 2천384t급 정기 여객선 썬플라워1호(2천394t'정원 920명)1대가 운항하고 있다. 이 중 비정기 화물선은 포항, 부산, 동해에서 적정한 화물량이 채워지면 그때그때 출발하는 방식으로 운항된다. 보통 일주일에 1, 2대씩 릴레이 방식으로 오가며 빠른 운송이 필요한 생필품이나 식자재를 운반하기에 적합치 않아 주로 건축자재, 가전제품 등을 이송한다. 이 때문에 신선 식품은 주민들이 하루 2번 운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직접 육지로 나와 사거나, 여객선의 화물 운송 서비스가 유일한 방법이다. 택배나 우편물 또한 모두 여객선의 화물 서비스를 이용한다.
여객선 운항업체인 대아고속해운 측에 따르면 매일 20t가량의 생필품을 실은 화물차가 여객선을 통해 울릉도로 향한다. 문제는 이러한 여객선 화물 운임료가 타 항로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어 울릉도 전체 물가를 좌우하다시피 한다.
예를 들어 여객선을 통해 포항에서 울릉도로 1t 화물차 1대를 보낼 경우 편도 21만8천원이 든다. 같은 조건으로 부산에서 제주로 보냈을 때 드는 비용 20만3천499원보다 약간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왕복 비용까지 따져 보면 훨씬 더 비싸다. 부산~제주 간은 왕복 시 복편(미리 회항 날짜를 지정해 티켓을 구매하는 방식)에 한해 30%의 감면 혜택이 있지만 포항~울릉 간은 아무런 혜택이 없다. 이를 감안하면 1t 트럭을 왕복시키는 데 포항~울릉 간은 38만2천원(왕복 시 상'하역비 할인), 부산~제주 간은 31만6천998원이 필요해 무려 18% 정도 비싸다.
인천에서 백령도로 1t트럭을 보낼 때도 29만2천원이 들지만 섬사람들이 생필품을 운송할 경우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최고 50%의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경차 등 비교적 부피가 작은 화물로 갈수록 격차가 더욱 커진다.(표 참조) 반면, 세 항로의 거리는 부산~제주 314여㎞, 인천~백령도 228㎞, 포항~울릉 217여㎞로 포항~울릉 간이 가장 짧다.
울릉군의회 최병호 의장은 "운송료가 타 항로보다 비싸 수차례 대아고속해운과 항만청 등에 건의했지만 '쾌속선이기 때문에 일반 여객선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을 되풀이할 뿐"이라면서 "기존처럼 선사와 항만청만 협의해 요금을 책정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참여해 현실성과 공정성 있는 가격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후 탓에 배 못 뜨면 물가는 천정부지
높은 운송료를 부담하고서라도 여객선을 통해 포항에서 울릉도로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후 변화가 심한 동해안의 사정상 배가 뜨지 못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포항~울릉은 1일 2회를 오가는 까닭에 1년 365일을 모두 운항했을 때는 730회를 운항할 수 있다. 여기에 여름철 성수기와 명절 특별 증설 운항 등을 포함하면 총 882회 정도가 최대 운항 횟수이다. 하지만 포항해양항만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아고속해운의 썬플라워호가 포항과 울릉도를 운항한 횟수는 모두 720회. 162회나 적게 운행한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1년 중 76일 정도는 울릉도에 여객선이 도착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폭설 및 풍랑주의보로 24회밖에 배가 뜨지 못해 생필품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어오른 적도 있었다.
포항항만청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1년 중 울릉도에 여객선이 운항하는 날은 280여 일 정도가 고작이다. 울릉도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선 현재 여객선 용량보다 큰 대형 선박이 들어와 운항 일수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아고속해운 측은 1995년 썬플라워호를 처음 취항한 이후 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18년째 선박 교체에 난색을 표시해 오다 지난해 말 묵호~울릉 구간에 운항 중인 썬플라워2호(4천599t'805명)를 대체 투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썬플라워2호는 기존 선박보다 운항시간이 2배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 계획이 무산됐다.
대아고속해운 측은 "화물 운송요금은 화물량과 운임비 등을 기준으로 적정하게 평가된 것이다. 비싸다고 하면 어떻게 할 말이 없다"면서 "울릉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우리도 기업 이윤을 줄이는 등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면 다각적으로 대화의 창구를 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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