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0년 전 팔공산 10경…7곳만 남아 '아쉬움'

조선 선비 권익구 문집 수록…괘호암·와룡석 등 흔적 없어

공산 10경 중 망폭대로 표현된 공산폭포.
공산 10경 중 망폭대로 표현된 공산폭포.
법왕봉으로 추정되는 비로봉 천제단.
법왕봉으로 추정되는 비로봉 천제단.
공부하는 사찰로 알려진 진불암. 민병곤기자
공부하는 사찰로 알려진 진불암. 민병곤기자

'300여 년 전 조선시대 선비들이 당시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선정한 팔공산 10경(景)은 어디일까?'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추진 움직임이 일면서 팔공산을 노래한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산 10경(公山十景)'이 주목받고 있다. 공산 10경 시는 조선시대 신녕현(현 영천시 신녕면)의 선비이자 문인인 자산(慈山) 권익구(權益九 '1662∼1722년)의 문집인 '자산일고'(慈山逸稿)에 실려 있다. 자산은 '공산잡영'(公山雜詠)이라는 제목으로 팔공산 10경을 읊었다. 자산은 1699년 다른 선비 4명과 함께 수개월 동안 팔공산의 기이한 나무나 돌 하나까지 두루 찾아다녔다. 자산은 정민장, 이담로, 하성징, 권치중 등 선비 4명과 함께 10경마다 한편씩 모두 시 50편을 읊었다. 자산이 노래한 '팔공산 10경'은 '고풍정'(古楓亭), '망폭대'(望瀑臺), '환희교'(歡喜橋), '은신굴'(隱身堀), '괘호암'(掛瓠巖), '와룡석'(臥龍石), '법왕봉'(法王峯), '사리치'(獅利峙), '진불암'(眞佛庵), '수침성'(水砧聲) 등이다. 이틀에 걸쳐 자산일고와 1688년 팔공산을 여행한 정시한(1625∼1707)의 '산중일기'를 참고로 공산 10경을 찾았다. 10경 중 7곳은 추정하거나 찾아볼 수 있었지만 괘호암, 와룡석, 수침성 등은 흔적을 찾지 못했다.

◆고풍정=고풍정은 공산폭포 위의 쉼터로 추정된다. 실제로 쉼터 뒤에는 홍수 때 물의 넘침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공산폭포∼도마재∼동화사 옛길은 신녕 치산, 군위 산성, 부계, 고로 등 인근 사람들이 대구로 넘나들던 큰길이었다.

◆망폭대=이담로는 '망폭대'를 '유리 같은 너럭바위에 옥이 흩어져 어지러운 파도를 뒤집으니'라고 표현했다. 싯구를 감안하면 망폭대는 공산폭포의 하단 넓은 바위를 일컫는 듯하다.

◆환희교=권익구는 환희교를 두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큰길은 바위를 의지해 열려 있어…'라고 노래했다. 정민장도 '골짜기 걸친 구름다리는 판판한 길을 열어' 등으로 표현했다. 따라서 환희교는 현재 공산폭포 위 현수교의 옆 바위에 걸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수교를 건너 10여 m 올라가면 주춧돌로 보이는 돌들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수도사와 영자전은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은신굴=공산폭포 위 현수교를 건너지 않고 올라가면 작은 다리를 지나 동봉 및 도마재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동봉 쪽으로 계곡을 따라 500m 정도 올라가면 왼쪽 골짝에 은신굴로 추정되는 석굴이 있다. 화강암층 아래의 석굴 입구는 폭 2m30㎝, 높이 1m40㎝ 정도다. 석굴안은 가로 폭 4m70㎝, 높이 1m90㎝의 아치형 구조로 돼 있다. 최근 누군가가 석굴 앞 나무를 베고 바위에 페인트로 '부처굴'이라고 칠해 훼손했다.

1942년 조선총독부 식산국 산림과에서 발간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 따르면 이 굴 속에는 자연석에 조각한 1m 높이의 불상과 수호불 2구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현재 석굴에는 불상이 모두 사라졌고, 누군가 불상을 찾기 위해 흙을 판 흔적과 삽 2자루만 보인다.

◆법왕봉=권익구는 법왕봉을 두고 '여덟 개의 산 가운데 제일 첫째 봉우리'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법왕봉은 현재 팔공산 비로봉일 가능성이 크다.

◆사리치=권익구의 '산 밖과 안이 이로부터 갈라지는데', 이담로의 '길은 돌고 바위 높아 겹겹의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등의 표현에 미루어 공산폭포 위쪽 사리재골에서 신녕으로 넘어가는 신녕재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진불암=권익구는 진불암을 두고 '암자 엮은 깊은 골 이름을 참이라 지었으니 공부가 참되게 쌓여 나날이 새롭겠네'라고 노래했다. 진불암 주지 혜경 스님은 "공부한 스님 중 진불이 나와 진불암으로 부르게 됐다"며 "이곳은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암자인 듯하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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