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고나면 또 사고… '수출도시' 구미 '재난도시' 오명

3년새 9건 터진 '화약고'…40여년 노후화 산업단지 시한폭탄 같아

7일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구미 유류저장소 벙커B유 저장탱크가 폭발해 소방당국이 진화를 하고 있다. 구미소방서 제공
7일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구미 유류저장소 벙커B유 저장탱크가 폭발해 소방당국이 진화를 하고 있다. 구미소방서 제공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구미시가 '화약고'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처지에 놓였다. 불산과 염소 등 유해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르고 낙동강 기름 유출과 유류탱크 폭발까지 최근 3년간 크고 작은 사건이 9건이나 발생한 탓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각종 대책이 쏟아지지만 사고는 계속 되풀이돼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빈번한 사고는 노후화된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다. 이달 7일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구미 유류저장소에서 벙커B유 저장탱크가 폭발해 9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저장된 유류가 많았거나 인접한 저장탱크로 옮아 붙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졌을 아찔한 사고였다. 앞서 5일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내 화학약품 제조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맹독성 염소가스가 누출돼 1명이 부상을 입었고 220여 명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2일에도 구미국가산업단지 3단지 LG실트론에서 불산과 질산, 초산 등이 혼합된 화학물질 40~60ℓ가량이 유출되기도 했다. 1주일 사이에 각각 다른 3건의 사고가 잇따른 셈이다.

지난해 9월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휴브글로벌에서 불산이 누출돼 5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진료를 받았다. 재산 피해도 500억원에 이른다. 앞서 2011년 8월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TK케미칼 기술연구동에서 폭발사고가 나 5명이 숨지기도 했다.

낙동강을 위협하는 환경오염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6일에는 구미시 선산읍 일선리 낙동강 일선교 인근에서 모래 준설선 연료인 벙커A유 50ℓ가 강으로 유출돼 상수도보호구역이 오염됐다. 2011년 5월과 6월에는 구미 해평광역취수장 가물막이가 붕괴되고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송수관이 유실돼 9일 동안 단수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낙동강에서 물고기 수만 마리가 집단폐사하기도 했다.

대형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은 "자고 나면 사고가 터진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수출 도시'였던 구미가 '사고 도시'로 뒤바뀌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부 김미영(36'여)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사고가 터지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계기관에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원 석기현(43) 씨는 "사고가 날 때마다 기업의 안전 불감증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대처능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소용이 없다"며 "조성한 지 40년이 지난 구미국가산업단지는 노후화돼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고 불안해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최근 3년간 구미지역 사고일지2013년

3월 7일 한국광유 구미 유류저장소 저장탱크 폭발사고

3월 5일 구미케미칼 염소가스 누출사고 1명 부상

3월 2일 LG실트론 혼산 누출사고

2월 6일 낙동강 일선교 하류 지점 준설선 침몰 벙커A유 50ℓ유출

2012년

10월 낙동강 물고기 수만 마리 집단폐사

9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 5명 사망, 500여억원 재산적 피해

2011년

8월 TK케미칼 기술연구동 폭발사고 5명 사망 2명 부상

5월 해평광역취수장 가물막이 붕괴 5일 동안 단수사태

6월 낙동강 송수관 유실 4일 동안 단수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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