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모기를 모기채로만 잡지 말라

모기를 잡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살충제를 뿌리는 방법이 있을 거고 모기향을 피우는 방법도 있다. 아니면 유문등(誘蚊燈)을 켜도 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모기채를 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면서 한 마리씩 잡는 방법을 주로 쓴다. 요즘 새 정부 몇몇 장관들의 문제의식과 국정 철학을 들어보면 모기채로만 모기를 잡으려 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기보다 지엽적인 곁가지만 자르거나 불거지는 부작용만 쫓아다니는 대증(對症)요법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받는다. 모기의 유충이 우글거리는 웅덩이를 쳐버리면 한꺼번에 수만 마리의 모기를 송두리째 없앨 수 있는데 다 자라 날아 나온 뒤에야 모기채를 휘두르고 난리를 치는 식이다.

유충들이 서식하는 웅덩이를 치는 발본색원 대신, 기능성 모기채를 특허 내고 연구하는 일에 더 골몰하는 형세는 마치 머리에 모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모자에 머리를 맞추려 드는 꼴과 같다. 그런 대증요법식으로 사회현상이나 부조리를 해결하려 들면 근본 문제는 티눈의 뿌리처럼 그대로 살아있고 똑같은 부작용과 문제는 계속 반복돼 일어난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천막촌만 해도 그렇다. 천막 치고 농성하고 고궁 문화재 담벼락에 불을 질러도 철거 시늉만으로 방관하는 사이, 궁궐 수비대 교체 의식을 보러온 외국 관광객 수천 명이 매일 스마트폰에 빈민촌 같은 모습을 담아간다.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제대로 된 공권력으로 뜯어내든지 뜯어낼 힘이 없으면 천막촌 속에 앉아 밤을 새우는 그들의 울분과 불만이 무엇인지 근본 이유를 찾아 치료하거나 제거해 줘야 결론이 난다. 분쟁과 문제의 뿌리는 그대로 두고 천막촌 철거 시늉만 거듭하는 것이 무슨 해법이 되겠는가.

학교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폭력 문제아가 왜 나오는가. 빈곤과 결손가정, 교권 추락'조폭 영화 같은 어른 사회가 빚어낸 부조리의 파생물이다. 그런 본질은 그냥 두고 학교 CCTV(95%가 초점이 흐린 '백내장 카메라'다)와 경찰에 폭력 추방을 맡기다시피 하는 교육은 폭력 추방의 근본 해법이 될 리 없다.

이제 새 정부는 사회 통합과 국민 행복의 희망을 보여주려면 큰 뿌리를 봐야 한다. 지엽적인 현상에만 매달려 기술 짜내는 해법으로는 어떤 변화도 불러올 수 없다. 모기채를 연구'개발하기보다 웅덩이를 깨끗이 청소해 주는 방식의 근본 진단과 치유 통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의욕 넘친 새 정부 장관들이 내거는 몇몇 국정 철학에서 그런 근본 외면의 허점이 보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복지장관은 술 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다. 담뱃값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린다. 각자 자기 나름의 가치관이니 두고 볼 일이지만 이런저런 정책들이 모자에 머리를 맞추는 정책인지 머리에 모자를 맞추는 정책인지를 잘 생각해 주기 바란다.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비싸면 덜 피울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 논리는 담배 피우는 이유가 값이 싸기 때문이란 논리가 전제될 때의 얘기다. 애연가들 중에 '값이 싸니까 한번 피워 보자'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취직은 안 되고, 장사도 안 되고, 대출이자는 오르고, 전관예우 받는 상위층들의 '억대 연봉' 얘기는 염장을 지르고, 그런 게 바로 담배 피우는 주된 근본 이유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술 끊고 줄이는 전략을 만들겠다'는 장관의 술 소비 논리도 뿌리를 외면한 발상이다. 대출이자 못 갚아서 1년도 안 돼 퇴직금 다 털어 넣은 식당을 폐업하는 판에 나이가 몇 살이고 남녀 성별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술을 끊는다? 절대다수 서민의 음주 이유의 근본 뿌리는 희망이 안 보이는 생활고나 일부 상류 계층의 부패, 부조리에 대한 울분에 있지 나이니 성별 따위 이상한 전략 기준에 있지 않다. 사회정책은 국민 가슴속에 뿌리박혀 있는 '근본'에 가닿는 시책이라야 실효를 얻는다.

새 정부가 서민을 힐링 정치로 치유하겠다고 하면서 웅덩이는 두고 모기채 연구'개발하는 식의 정책을 펴면 곧바로 실패한다. 천막촌 사람들은 비정규직 해고의 근본 문제를 다시 짚어줘야 풀린다. 담뱃값 정책도 계층 간 위화감 해소와 체감 경제를 살리면 값을 내려줘도 안 피우게 될 만큼 저절로 힐링 정치가 된다. 가지보다 뿌리를 살피는 정치를 바란다. 고시 출신 장'차관들은 머리로 정치하려 들지 말고 감성으로 국민 고뇌의 뿌리를 바라보라. 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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