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이날 정부조직법 타결 직후 자화자찬식의 자평을 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17일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했고,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대승적 차원에서 통 크고 깔끔하게 양보했다. 국정에 협조하면서도 방송 공정성 등 민주적 가치는 지켜냈다"고 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을 고수해 '창조경제'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외형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명분을 확보했고, 민주당도 방송 공정성을 담보할 실효성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린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여야의 모습은 헌정(憲政) 사상 초유의 사태인 '식물정부 21일'을 만든 주범(主犯)으로 인식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날 최종 타결을 본 정부조직법 협상 결과물을 놓고 보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시간을 질질 끌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당장 정치권에서도 "여야는 물론 박 대통령까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박 대통령의 경우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통' 이미지가 이번에도 고스란히 재연됐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은 '무력한 협상력'에 대한 비판이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을 민주당의 요구대로 수용한 것을 두고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하는 체질을 이번에도 보여주면서 새 정권 출범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에 시달리게 됐다는 해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그동안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원안대로 해달라며 국민 앞에 나선 점이나, 그동안의 여야 협상 테이블에 지나칠 정도로 관여했다는 인상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며 "여야도 '무능력한 여와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야' 등으로 이미지 훼손만 했다"고 꼬집었다.
한 여권 인사는 "새누리당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원안 고수에 집착하는 청와대 눈치만 보며 금싸라기 같은 집권 초 시간을 날려버렸다"면서 "민주당도 정부조직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치 이슈들을 갖고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았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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