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낼 형편이 안 되거든 그 자리에 끼지를 마라."
돌아가신 선친께서 남기신 말씀이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많은 뜻이 담겨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먼저 '술값 낼 형편은 될 정도로 돈은 벌어라'부터 '구차스럽게, 비굴하게 살지는 마라'란 뜻까지. 더해서 '앉을 자리, 설 자리 분간해서 사람 구실 제대로 하라'는 의미까지 읽어낼 수 있겠다. 음미할수록 부모가 자식에게 남길 말로는 더할 나위 없이 의미심장한 말인 것 같다.
흔히 1955년생부터 63년생까지를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한다. 이 거대한 인구집단 중에서도 필자는 그 중간, 정점에 있는 59년생이다. 우리 나이로는 올해 55세가 된다. 젊었을 때는 50대 나이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 '나이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실감 나게 와 닿는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지금껏 살아본 나이 대(代) 중에 단연 최고다. 아직 체력도 떨어지지 않고, 지혜는 아침 햇살처럼 반짝거린다.
요즘 산업 현장에서 보면 60대 후반에 접어들었건만,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분들은 양지쪽 따사로운 햇볕 아래서 남은 삶을 쬐며 사는 노인들과는 다르다. 젊은이보다 더 적극적이다. 내일(來日)을 오히려 기다린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삶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지는 법이다.
한때는 말년에 여행을 다니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편안한 노후 계획은 전면 취소했다. 은퇴 나이를 최대한 늦추어 오래 현역으로 남기를 목표로 삼았다. 나이가 들면 새로 시작하는 일은 쉽지가 않지만, 쭉 해오던 일은 손에서 놓지 않기만 하면 오래도록 연장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농촌 노인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농촌에서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병석에 눕기 전에는 절대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나이가 들면 돈쓰기에는 인색해지고, 잔소리만 늘어난다는 말일 게다. 이 격언을 따르기 위해서도, 선친의 유훈(遺訓)을 지키기 위해서도 오래오래 현역에 남아 있을 것이다. 현역에 있다 보면 어느 정도 돈벌이는 할 것이다. 어디 가서 술값 낼 형편은 될 것이고, 바쁘게 살다 보면 남의 일 참견할 일도 없을 테니 잔소리할 일도 없어지지 않겠는가? 열정이 식지 않는 열혈 노인의 꿈! 어떤가, 멋있지 아니한가?
장삼철/삼건물류 대표 jsc10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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