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는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만 이어졌던 길은 아니었다. 신라 천 년의 고도 경주에서 여러 가지 외국 유물들과 기록이 발견돼 경주가 실크로드의 기착지이자 종착지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경상북도는 중국에 있는 신라시대 유물과 유적을 답사하며 선조의 발자취를 탐험하는 '대한민국 경상북도 실크로드 탐험대'를 결성했다. 대학생, 역사학자, 사진작가 등 77명으로 구성된 실크로드 탐험대는 경주와 중국을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재조명하게 된다. 탐험대는 지난달 21일 경주에서 출발해 대구, 구미, 문경, 충북 충주, 경기도 화성을 거쳐 같은 달 24일 오후 경기도 평택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산둥반도 웨이하이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밤바다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뒤 별이 보고 싶어 배 갑판으로 올라갔다. 수많은 별 중에 유난히 반짝이는 북극성이 보였다. 북극성은 등대가 되어 배를 안내하는 듯했다. 14시간의 항해 끝에 배는 390㎞를 달려 웨이하이 항구에 도착했다. 고대 신라인들에게 바다는 공포, 두려움이면서 희망이기도 했다. 미지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하는 그들은 두려움 속에서 꿈을 안고 돛단배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25일 3대의 버스에 탑승한 탐험대원들은 산둥반도 펑라이시 등주성에 도착했다. 당시 등주성은 당의 경제적'군사적 요충지이자 무역항으로 많은 신라인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집단 거주지가 형성됐다. 이를 증명하듯 등주성 안에는 신라관(신라 사신의 숙박시설) 모형과 고선(옛 선박)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새로 단장되고 있었다.
다음 날 탐험한 곳은 산둥성 석도시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 법화원은 해상왕 장보고가 824년 신라인 집단거주지인 적산에 창건한 사찰(신라원)로 당나라에 거주했던 신라인들의 신앙 거점이자 정신적 안식처였다. 법화원 입구에서 10분 정도 걸어 다섯 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장보고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념관 앞마당에는 높이 8m의 거대한 장보고 동상이 눈에 띄었다. 법화원은 당나라 무종 때인 845년 불교 탄압으로 파손됐다가 중국이 관광지 육성 차원으로 1998년 중건했고 장보고기념관과 동상도 2003년 만들어졌다.
장보고는 시대를 보는 전략가였다. 윤명철 탐험대장(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은 "장보고는 국제질서가 급변했던 당시에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신라, 당, 일본 해상무역을 장악해 동아시아의 화합과 공존을 추구했다"며 "21세기도 빠르게 변하는 세계화 속에 해양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시대를 보는 장보고의 안목이 미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7일 탐험대는 장쑤성 양저우 당성유지(唐城遺址)에 있는 최치원기념관으로 향했다. 최치원기념관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2007년에 건립된 양저우 내 최초의 외국인 기념관이다.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은 이곳에서 고위 관리로 근무하며 당시에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을 기록한 문집 '계원필경'과 황소의 난을 토벌하기 위해 '격황소서'를 집필했던 장소다.
탐험대는 준비해둔 신라 금관 모형을 최치원기념관에 전달했다. 김복순 탐험대원(동국대학교 역사학 교수)은 "최치원이 집필한 여러 저서는 신라, 당나라, 발해의 정치 상황 및 문화를 전하는 일급 사료로 고대사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가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탐험대는 원광법사 유적이 있는 쑤저우 호구공원, 대각국사 의천이 수행했던 항저우 혜인고려사,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이동하면서 머물렀던 항저우 임시정부청사, 비단으로 유명한 항저우 실크박물관을 탐방한 후 중국 불교 4대 명산 중 한 곳인 안후이성 치저우시 구화산으로 향했다.
글·사진 성일권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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