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금오산을 시민 품으로" 범시민 등반대회

영남 팔경 중의 가장 으뜸인 금오산(해발 976m)이 많이 아프다. 그동안 만신창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금오산은 예부터 명산이다. 특히 산 정상 모양이 누운 부처 같다고 해서 명명된 '와불상'(臥佛像)은 자연의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수많은 등산객과 관광객에겐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었다.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의 흔적이 깃든 우물과 사찰 등이 고스란히 남은 불교의 성지이자, 관광명소였다.

이런 금오산에 일제강점기 때 인재 배출을 막는다고 일본이 곳곳에 쇠말뚝을 박고, 한국전쟁 뒤 1953년 11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 통신기지를 건설하고, 한국전력, 방송사, 통신사 등이 잇따라 금오산 정상 주위에 철탑을 세우면서 정상을 갉아먹었다. 지금도 금오산 정상 현월봉 비석이 정상 10여m 밑에 있어 등산객과 관광객은 정상 밑까지만 올라 흉물스럽고 앙상한 철탑과 철조망을 보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올 연말이면 금오산 정상 일부가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미군 통신기지가 들어서며 민간인의 발길이 끊어진 지 60년 만이다.

구미시는 10년 동안 미군 측과 줄다리기 협상을 벌인 끝에 2011년 3월 전체 미군부대 부지 중 금오산 정상을 포함한 5천655㎡를 돌려받는 데 합의했다.

구미시는 올 연말까지 금오산 정상에 있는 미군 건물 2동과 철조망 등을 철거하고 자연친화형 공원을 조성해 등산객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등산객들이 쉴 수 있는 쉼터 1곳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금오산 정상은 단순 반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1966년 7월 불공정하게 맺어진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한국 내에서 미군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 및 그 부근에서는 털끝 하나 건드릴 수도, 고칠 수도 없었다.

금오산 정상 반환은 민족정기를 되찾는 첫걸음인 만큼 전국 군사시설 철거지역 복원현장의 롤 모델로 삼아도 괜찮을 듯싶다. 마침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13일 금오산 정상 완전반환을 기원하는 범시민 등반을 한다. 이를 계기로 지혜를 모아 정상의 반환받지 못한 나머지 미군 시설 부지도 되찾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상 경관을 해치는 다른 철탑 정비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오산 정상 완전반환 기념 등반은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