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마주하고 서로를 불러주는 가까운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기보단 서로 통하는 직책이나 애칭,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특별한 별명은 없었지만 그래도 주위 친구들에겐 '장양'이라고 불리고 집에서는 지금도 '짱아', 또는 '희동아'라고 불리는 등 이름보다는 애칭 위주로 불리곤 한다.
우리 집 고양이들의 경우에도 우리 식구들과 함께하면서부터 붙여진 이름은 있지만 둘 다 이름보다 애칭으로 많이 불린다. 첫째 체셔의 경우엔 나처럼 딱히 특별한 애칭이라기보다는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면서 좀 더 발음하기 쉬운 '채소'나 '체시나' 정도로 불리곤 하지만, 둘째 앨리샤의 경우 체셔보다 더 다양하게 불린다.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체셔에 비해 앨리샤는 너무나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하기에 상황에 따라 달리 부르는 호칭이 많아진 것이다. 보통은 억양을 넣어 '앨리~샤'라고 부르거나 '리샤야'라고 부르기도 하고 가끔은 '채소'에 맞추어 '앨리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무래도 암컷이라서인지 애교가 무척이나 많기에 '예쁘나' 라고 자주 부르게 된다. '예쁘나' 하고 부를 때면 자신도 '예쁘다'란 의미를 아는 양 어김없이 다가와 바로 앞에서 발라당 몸을 뒤집고 옆으로 한 번, 두 번 뒹굴며 더욱 양양 거린다.
하지만 이런 앨리샤에겐 '예쁘나'보다 더 자주 불리는 애칭이 있다. 바로 '찡찡이' 다. 앨리샤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예쁨 받는 것을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고양이'(개냥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곁에 없거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면 항상 옆에 와서 칭얼댄다. '아웅'거리는 앨리샤의 목소리는 마치 '왜 나를 안 봐줘? 왜 같이 안 놀아줘? 놀자 놀자고' 하고 말을 거는 것 같다.
이렇게 자주 우리에게 다가와 칭얼거리는 모습에서 자연히 '찡찡아' 하고 부르게 됐다. 처음에 앨리샤의 칭얼거림은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특히나 더 심해지곤 했었다. 체셔의 경우엔 낮에 홀로 지내고 있으면 한숨 푹 자고 사람들이 돌아오면 잠시 반겨주고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기에 반나절쯤 홀로 두고 외출하는 것에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앨리샤는 달랐다. 앨리샤를 혼자 두고 출근했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하루 종일 혼자서 많이 외롭고 심심했는지 문 열기도 전에 우리를 반기기 위해 문 앞까지 푸다닥 달려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고 부엌이며 베란다며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아웅 거렸고, 자려고 할 때면 항상 또 자고 나갈 거냐고 물어보는 듯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앨리샤가 체셔와 같이 지내게 된 후 집을 비웠다 돌아왔을 때의 심한 칭얼거림은 거의 사라졌지만 장난감을 물고 가족들에게 다가와서 놀아달라고 하는 애교는 여전하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매력 있어'라는 곡을 종종 듣곤 한다. 이 곡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매력 있어 내가 반하겠어'라는 가사를 따라 흥얼거리다 보면 내가 앨리샤에게 느끼는 감정에 노래 가사를 대입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딱 어울린다. 솔직히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은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앨리샤의 칭얼거림은 시끄럽다거나 싫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칭얼거리는 앨리샤의 눈망울과 마주치면 한 번 더 안아주게 되고 한 번 더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찡찡이 앨리샤의 칭얼거림은 마치 노래 가사처럼, 우리에겐 정말이지 반할 정도로 매력 있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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