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년 전 아내와 사별 후, 팔순 노모와 남매를 돌보며 '주부 역할'을 하며 집안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세월 동안 아내의 빈 자리를 메우려 부엌일을 포함한 집안일을 꾸려가면서 남모르는 고통과 서글픔이 있었습니다. 더욱 힘든 것은 팔순 노모가 설거지나 가사일을 자기식대로 하지 않는다고 제 살림 솜씨를 탓하고 비난하기만 합니다. 거기에 따르는 스트레스로 제가 내는 짜증에 어머니는 서운해하시고, 서로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마음의 상처도 심해졌습니다. 이런 생활이 너무 힘에 부칩니다.
특히, 장남인 제가 어머니로부터 분가할 수도 없고 모시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저도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고 언제까지나 혼자 살 수는 없는데 이런 환경이 재혼마저도 힘들게 합니다. 아이들도 떠나고 나면 제 청춘도 다 갈 것인데 제 노후는 이 환경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가야 할까요?
떠나간 아내의 빈 자리를 대신하여 '어머니와 며느리의 역할'을 해 오신 귀하의 심리적 고충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어르신은 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가사일을 돕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시고 불평만 해서 많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또한 재혼의 필요성도 느끼지만 현재 어머니 부양으로 인해 그것마저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많으시군요.
지금 우리 사회는 평균수명의 증가로 고령의 부모와 사는 '성인 자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 세대를 사는 노부모와 성인 자녀 간에는 만남의 빈도나 물리적 거리, 서비스 교환 등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애정적 유대감'과 친밀한 감정의 교환인 사랑을 교류하는 '주관적 애정적 유대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지금 귀하는 자식의 일차적 도리를 이미 잘하고 계십니다. 다만, 모자간의 관계를 좀 더 편안한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두 분에게서 빚어지는 갈등의 핵심은 객관적 애정적 유대감으로서, 모자지간에 교환되는 '서비스 교환' 영역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즉 부모-자식 세대가 주고받는 '상호교류'에는 부모는 설거지나 식사준비 또는 손자녀 돌봄을 제공하고, 성인 자녀는 부모의 용돈과 부양을 제공하는 역할이 있지요. 귀하의 경우는 서로의 기대가 불일치하여 귀하께서 지나치게 무거운 부담을 가져 그 스트레스가 갈등으로 표출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여백을 가지고 잘 생각해 봅시다. 귀하의 어머니인들 귀하가 자식이건대, 아내의 빈 자리를 채우려고 물에 손을 담그는 아들 모습에 어찌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겠습니까?
다만, 노인의 심리특성상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悔恨)과 불안한 가족의 고립에 맞서는 문제해결 대처방법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고집해야 자기가 보존될 것 같은 '유아의존 퇴행욕구'가 일어나는 심리적 과정을 귀하가 경험했을 뿐이고, 귀하는 그러한 점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노모의 손을 잡고 귀하의 심적 어려움을 부드럽게 말씀드리세요. 노인은 토닥여주고 돌봐주어야 부드러워지는 또 다른 '유아'이기도 하답니다. 따뜻한 응대는 노모의 마음을 부드럽게 변화시켜 드릴 것입니다.
더불어 재혼이 귀하의 앞날에 꼭 필요하다면 '수정확대가족'이란 대안을 드립니다. 가까운 거리에 부모와 자녀가 거주하면서 부모를 못 모시는 자식의 '죄책감'과 언제든 자식이 가까이 있어 보호받고 있다는 부모의 '안도감'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현대 가족의 새로운 주거형태이지요. 귀하의 소중한 삶에 축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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