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만과 뇌의 비밀

비만탈출 원한다면 입맛 결정하는 '뇌'를 알아야

비만은 성인병의 원인은 물론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현재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비만이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향후 10년이 지나면 미국 인구의 75%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입맛'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입맛을 결정하는 것은 뇌라는 사실은 아직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대사적 식이 vs 쾌락적 식이

식이는 대사적 식이(metabolic eating)와 쾌락적 식이(hedonic eating)로 구분할 수 있다. 대사적 식이는 신체 에너지원이 고갈되었을 때 우리가 식사를 하고 충분한 에너지가 보충되면 식사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반면 쾌락적 식이는 신체 에너지원에 의해 식이가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및 인지적 요소에 의해 식이가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식이를 조절하는 뇌 영역은 크게 대사적 뇌(metabolic brain), 감정적 뇌(emotional brain), 인지적 뇌(cognitive brain)로 나눈다. 대사적 식이는 대사적 뇌에 의해 조절된다. 쾌락적 식이는 감정적 뇌에 의해 항진되는 반면에 인지적 뇌에 의해 억제된다.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계속 먹게 되는 것은 쾌락적 식이가 과도히 활성화되고 인지적 뇌가 활성화되지 못해 이들 간의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사람들에 비해 비만이 심한 사람일수록 고칼로리 음식을 예상하는 동안에는 측좌핵과 안와전두피질을 포함한 감정적 뇌가 더 활성화되었다. 또한 비만인 사람일수록 양측 체성감각피질(bilateral pa-rietal somatosensory cortex) 중 입, 입술, 혀 등의 감각에 관여하는 부위의 활성도가 높았다. 이것은 맛있는 음식을 보면 온몸으로 당긴다는 사실을 뇌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PET연구에서 비만인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도파민 수용체가 떨어져 있었다. 즉 정상체중인 사람은 아름다운 자연과 같은 약한 보상에도 반응을 하지만 비만인 사람은 고칼로리 음식과 같은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만이 심할수록 실제 음식을 소비하는 동안에는 보상체계의 활성도가 오히려 떨어졌는데. 실제 음식을 먹어도 보상체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므로 이것을 보상하기 위해 고칼로리 음식을 과식하는 것이다.

◆고탄수화물 저단백 식이로 변화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집인들에게는 들판에서 채집한 씨, 식물, 열매, 과일과 사냥을 통해 잡은 고기가 주된 식량이었다. 하지만 인류의 식이는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이에서 고탄수화물 저단백 식이로 바뀌었다.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농산물의 생산력이 크게 증가하였고 정제된 밀가루를 주식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더욱이 설탕이 많이 함유된 콘플레이크와 비스킷 같은 곡물 가공식품이 등장하면서 통밀, 과일, 채소와 같이 복합탄수화물로 구성된 음식의 소비는 감소하였다. 그리고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산이 많이 든 육류, 우유, 마가린, 버터와 같은 음식의 소비가 증가하였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식이습관이 오로지 자연선택에 의해서만 적응하기에는 100년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볼 때 현대인은 수렵채집인으로 살던 구석기 시대인들과 별로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풍요로운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맛은 좋지만 나중에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고탄수화물 고지방 음식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맛은 없지만 이후에 몸매를 잘 유지하고 건강에 이로운 고단백 저탄수화물 음식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한 번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 특히 음식에 관련된 습관은 더욱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잘 이해하면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의지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도움말'김양태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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