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이책!] 현대의 고딕 스타일

현대의 고딕 스타일/캐서린 스푸너 지음/곽재은 옮김/사문난적 펴냄

록 스타 마릴린 맨슨,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대성공을 거둔 바 있는 '인체의 신비'전, 한국에서도 젊은 층 사이에서 파티 문화로 자리 잡은 핼러윈 축제, 여름마다 극장가를 장악하는 공포영화, 해골 문양의 옷과 소품,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고딕 스타일'이다. 고딕은 르네상스인들이 중세 건축을 야만적인 북유럽의 고트족이 가져온 양식이라 비난했던 데서 시작된 표현이었다. 이 중세풍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탄생한 소위 '고딕 소설'들이 오싹하고 소름끼치는 공포,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죽음, 광기, 강박적 욕망 등을 다루면서 '고딕적'이라는 형용사는 점차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관련된 것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됐다.

이 책은 현대의 고딕 스타일이 18세기 영국의 고딕 소설에서 출발한 이후 20세기 말에는 주류 연예 오락물의 소재로도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한다.

고딕이 이처럼 오랜 역사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어둠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불안'을 부인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어휘와 사전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공포 장르로서의 고딕 스타일은 개인적, 사회적 불안과 다양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은밀한 유대를 형성한다. 고딕 스타일은 억압된 과거의 상처를 읽어내고, 그것을 우리 앞에 소환해 치유를 요구할 줄도 안다. 유령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 '사회적 인물'이며 산 자들이 앞으로 나가기를 잠시 멈추고 반드시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야 하는 존재다. 현대에 유행하는 '고딕'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흥미롭다. 232쪽, 1만5천원.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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