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대 악' 척결 경찰 전통시장 맴맴, 왜?

불량식품 단속 집중 투입, 정보 수집·취지 설명 진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정한 4대 악에 불량식품이 포함되면서 경찰들이 식품 관련 단속업무에 집중 투입돼 경찰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시장과 문구점 등을 대상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영세상인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일선 수사형사들은 불만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11일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 100일인 6월 4일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4대 악 척결에 경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을 관할하는 지휘관에게는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8일부터 6월 15일까지 100일간을 부정'불량식품 집중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불량식품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를 적발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달까지 적발된 불량식품 건수는 48건으로 53명이 불량식품 사범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대구지역 각 경찰서 지능팀은 수사의 우선순위를 불량식품 단속'적발에 두고 있다. 공직비리나 대출사기 등과 같은 지능범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불량식품에 대한 첩보가 생각만큼 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형 전통시장이나 식품가공 공장이 관할 구역 내에 모여 있는 몇몇 경찰서를 제외하고는 불량식품 사범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대구경찰청에서도 영세 상인들의 작은 위법사항까지 적발하는 식의 저인망식 수사는 지양하라고 강조하고 있어 '큰 건'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들의 얘기다.

불량식품 집중 단속기간이 실시된 뒤 한 경찰서 지능팀은 관할 구역 내 전통시장 상인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하루 일과로 잡혀 있기도 하다. 이 경찰서 지능팀이 전통시장을 나가는 이유는 이번 집중 단속기간 중 관할 구역 내 전통시장의 노점상이나 영세 상인들이 경찰들의 주요 적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상인들 사이에서 돌아 이 부분을 해명하고 경찰의 4대 악 척결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경찰서 지능팀장은 "전통시장을 방문하면 상인들의 불안이 직접 느껴지다 보니 이를 해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정권 교체기에 늘 있는 슬로건식 업무'에 온 힘을 쏟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에는 '공직 비리 척결'이 경찰 지능팀의 가장 큰 업무였는데, 이번에는 불량식품 사범으로 척결을 강조하는 범죄행위가 바뀐 것일 뿐"이라며 "지금은 상부에서 실적에 대해 크게 압박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100일이 가까워져 오면 압박이 어느 정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부정'불량식품 적발은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서 맡아오던 일이지만 원래는 경찰이 하던 일"이라며 "일단은 성과를 낸 다음에 이야기를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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