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사랑 대구자랑] <17>섬유·패션도시

프랑스·서울서 원단 구하러 대구 찾는다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섬유도시로 성장했고, 이를 토대로 패션산업은 세계시장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패션산업 분야의 실무 능력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 대구 계명대학교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23일 오후 대명동캠퍼스 본관 대강당에서 현장실무 중심교육의 하나로 미니패션쇼를 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섬유도시로 성장했고, 이를 토대로 패션산업은 세계시장을 향해 진군하고 있다. 패션산업 분야의 실무 능력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꿈꾸는 대구 계명대학교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23일 오후 대명동캠퍼스 본관 대강당에서 현장실무 중심교육의 하나로 미니패션쇼를 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섬유는 사양산업(斜陽産業)인가. 정답은 "결코 아니다"이다. 그 근거로 들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세계 3위 부자로 꼽히는 아만시오 오르테가다.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의 소유주인 오르테가의 재산은 570억달러(우리돈 68조4천억원)나 된다. 일본의 대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도 옷으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됐다. 두 사람 모두 사양산업으로 일컬어지던 섬유, 옷, 패션을 통해 천문학적인 부를 일군 것이다.

◆섬유, 대구 발전 견인차

근대적 방적공장 설립과 미국의 원면 무상보조로 지역 섬유업계는 본격적인 면직물 시대를 열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엔 특수경기를 맞아 서문시장 상인과 기술자들이 대거 직물업에 손을 댔다. 이를 계기로 대구의 섬유업계는 황금기를 맞았고 서문시장은 전국적인 직물도매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 무렵 대구에 제일모직을 비롯한 많은 직물공장이 집중적으로 세워졌다.

1960년대는 나일론직물 시대였다. 섬유산업 비중이 크게 높아져 종업원 수와 생산액 및 부가가치 면에서 섬유산업은 대구 제조업의 50% 이상을, 사업체 수는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다. 1960년대 말 코오롱의 전신인 한국나이론㈜이 나일론 사의 생산에 착수해 화학섬유시대 개막을 선도했다.

1970년대는 폴리에스테르 직물이 대세를 이뤘다. 구미공단과 대구 근교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이 잇따라 준공됐고 제직 부문의 대량증설이 이뤄져 대구 섬유의 위치는 더욱 강화됐다. 당시 지역 섬유산업의 전국적 위상을 사업체 수로 보면 전국 섬유공업의 22~25%, 종업원 수로는 16~21%, 부가가치 면에서는 16~22%를 차지했다. 대구라고 하면 섬유도시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섬유는 대구를 대표하는 산업이 됐고, 대구는 대한민국 섬유산업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1960, 70년대 호황을 누렸던 대구 섬유는 1990년대 이후 침체기를 겪었다. 대구 섬유기업은 2000년 1천여 곳에서 2010년 700여 곳으로 줄었다. 섬유도시 대구의 위상이 추락했던 것.

하지만 대구 섬유는 다시 도약하고 있다.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대구 섬유업체 상당수는 산업용 및 기능성 원단 제조 기술을 인정받아 국내외 유명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대구 섬유는 원단과 염색 중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섬유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섬유도시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신소재 섬유박람회인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도 해가 갈수록 참가하는 해외 업체가 증가하고 유수의 바이어가 찾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봄'여름 시즌을 겨냥한 트렌드 소재를 비롯해 고기능성, 친환경, 산업용, 하이테크, 리사이클 소재 등 다양한 최신 신소재들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베이징'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 섬유업체의 참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도 특징. 비의류'산업용 소재 기업들이 참가하는 등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또한 대구 섬유는 에르메스 등 프랑스 유수의 섬유 관련 기업'기관들이 신소재 구매를 위해 찾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패션, 대구의 미래 산업

'패션도시 대구' 대구를 알리는 대구컬렉션이 지난 3월 초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2층 패션쇼 장에서 열렸다.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 대구경북한복협회 등의 주관으로 이틀간 열린 이 행사는 섬유 및 패션산업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패션쇼에 평균 750명. 연인원 1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행사 열기가 뜨거웠다. 행사장 밖에서는 패션로봇 체험전시, 패션 프리마켓 네일케어, 메이크업 무료체험 등 시민들의 참가를 유도하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렸다. 대구가 패션의 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셈.

대구가 패션의 도시로 올라서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대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섬유 생산지로서, 섬유도시라는 환경에서 여러 가지 원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섬유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선 패션이 성장하는 게 필수적이다. 또 좋은 패션이 나오기 위해선 원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섬유와 패션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가게 되는 것. 지금도 많은 서울 디자이너들이 대구에 원단을 구입하러 올만큼 섬유와 패션의 관계는 밀접하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타지에 비해 많은 것도 패션도시 위상 정립에 이바지했다. 규모도 탄탄하고 매출에 있어 선전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이 많다. 특히 디자이너 김선자, 박동준, 최복호 등은 전국을 무대로 활동해 왔으며 최근 도호의 신장세는 서울을 넘어 중국, 유럽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데에는 1990년대 초부터 진행됐던 대구컬렉션이 한몫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실력을 쌓은 디자이너들이 서울과 해외로 진출했다.

또한 패션에 민감한 대구 여성들도 패션도시의 일등공신이다. 패션 브랜드들이 대구 동성로에 '안테나숍'을 내고, 성공 여부를 대구 여성들을 통해 가늠해볼 정도다. 그런 만큼 패션에 예민한 여성들에게 테스트를 해본 패션 브랜드들은 더욱 경쟁력이 있다. 패션산업의 발전 없이 세계적인 섬유도시가 될 수 없는 법. 대구의 패션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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