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어느 날 새벽, 동호회 언니들과 영주로 가는 무궁화호에 자전거를 실었다. 우리는 그날도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라면서 가지고 온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영주역에 도착했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소백산으로 향했다. 북쪽이어서 그런지 기온 차가 확연히 났다. 한참을 가다 보니 저 멀리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소백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달리는 길옆에는 산딸기가 많이 보였다. 잠시 멈춘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구쟁이처럼 산딸기를 따먹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때마침 지나가던 노부부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셨다.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힘든 오르막길이었다.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너무 힘들어 한적한 도로에 잠시 앉아서 가지고 간 김밥과 오이, 자두를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꿀맛이었다.
올라갈수록 주위 풍광은 아름다웠다. 오르막이라 힘들었지만 다들 웃으며 페달을 밟았다. 그날 목적지는 마구령과 고치령. 마구령(해발 810m)은 옛날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를 넘나드는 상인들이 말을 타고 넘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굽이굽이 오르는 길은 다 비슷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저마다의 역사와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반갑게 지저귀는 새소리, 우렁찬 계곡물 소리 등. 이 산에도 '깔딱 고개'가 있었다. 숨쉬기조차, 걸음을 떼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이 길은 모든 사람을 다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악인들은 꼭 이 길을 거쳐서 간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 아름답고 걸어보고 싶은 길들이 많지만 마구령으로 가는 길은 등산로가 아닌 그냥 말 그대로 아름다운 길인 것 같았다.
그렇게 가쁜 숨을 내쉬면서 마구령 정상에 도착했다. 조용하다고 해야 되나. 별 느낌이 없었다. 잠시 휴식을 한 뒤 다시 고치령(해발 760m)으로 향했다. 올라가면서 시원한 물도 마시고 물장난도 쳤다.
고치령은 태백산이 끝나고 소백산이 시작되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이다. 고치령에 얽힌 슬픈 역사(단종과 금성대군의 아픈 역사)를 보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태백산 산신령이 된 단종과 소백산 산신령이 된 금성대군을 모신 산령각(서낭당)이 있다. 작지만 큰 무게감이 느껴져 잠시나마 단종과 금성대군을 생각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를 잡고 있는 듯 조용한 곳이었다. 한동안 그곳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배 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선비촌 쪽으로 내려와 돼지갈비가 맛있는 집에서 식사를 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시 열차에 자전거를 싣고 대구로 향했다. 이번 자전거 여행은 힘들었지만 잠시나마 옛날(단종 때)로 되돌아가는 듯한 시간이어서 좋았다. 또, 함께한 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아직까지도 소백산에 메아리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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