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 현 동부 후지 산 자락에 있는 후지영원(富士靈園)은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후지 산을 배경으로 한 70만 평의 광대한 부지에 활짝 핀 벚꽃이 장관으로 일본 사쿠라 명소 100선에 꼽힐 정도다. 이 공원묘지에는 혼다자동차 창업주인 혼다 쇼이치로의 묘소가 있어 일본 내에서도 주목받는 곳이다.
게다가 일본 정가를 주름잡은 거물 정치인들의 납골묘가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야마구치 현 출신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그들이다. 기시 전 총리는 '쇼와의 요괴'(昭和の妖怪)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인물이다. A급 전범으로 기소됐으나 석방된 그는 미일 안보조약 체결과 한일 국교 수립에 앞장섰다.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과거사를 사죄하는 특사를 보내기도 했다. '비핵 3원칙' 제정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가 바로 그의 동생이다.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기시 전 총리의 사위로 아베 신조 현 총리가 바로 그의 차남이다. 외조부와 선친이 한 묘소에 잠들어 있어 아베 총리에게는 후지영원이 매우 인연 깊은 곳이다. 아베 전 외무상은 아시아 각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아 언론으로부터 '외교의 아베'라고 부를 만큼 큰 족적을 남겼다. 자민당 뉴 리더로 총리 물망에 올랐으나 암으로 타계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망언이 연일 국제사회의 뉴스가 되고 있다. 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를 '당연한 일'이라며 두둔하고 일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등 우경화 성향을 노골적으로 표출하자 미국 정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신사참배는 무모한 행위'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권은 외교 음치'라며 미숙한 외교를 비판하고 있다.
70%를 넘는 지지율을 등에 업고 오만해진 자민당과 아베 정권의 이 같은 국수주의적 행태는 분명 일본에 마이너스다. 이런 위태로운 질주를 계속한다면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이미지 실추는 뻔한 일이다. 아베 총리에게 외조부와 선친의 묘소를 한번 찾아가기를 권한다. 선조들이 남긴 유산이 뭔지 성찰하고 반성하라는 뜻에서다. 가서 사쿠라만 보지 말고 선조의 정신을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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