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로스쿨은 끝났다'는 'Failing Law schools'라는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스쿨 황금시대의 종언'이다. 자신이 하버드대 법학박사 출신으로 미국 명문 로스쿨 교수인 브라이언 타마나하의 이야기여서 더 솔깃하다. 그는 동료 교수들과 로스쿨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추악한 법조계 현실을 까발린다. 그의 통렬한 내부 고발에 미국 엘리트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 쉬쉬하며 외면해왔던 실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 책에 대해 "집단이익, 사회경제, 경력 설계, 직업적 전망 등 다양한 측면에서 미국 로스쿨에 내재한 허영, 허위, 허망을 폭로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출범 초기에 선 우리에게도 중요한 참조자료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고, 출범 100여 년이 지난 미국 로스쿨의 사정은 심각한 모양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오늘날의 경제적 장벽이 우리 시대의 사회 정의에 역행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 계층 사람들이 골고루 변호사가 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층 학생들이 명문 로스쿨에 진학하고 졸업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분수에 맞게 살라고 가르쳤던 교사 부모 밑에서 자란 나로서는 지금 같은 시대라면 로스쿨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미국 로스쿨은 황금기를 구가했다.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이었던 로스쿨. 하지만 처참히 추락했다. 취업률 하락, 치솟는 등록금, 어마어마한 학생 부채, 비대해진 교수단,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와 비난 여론 등으로 과거의 명성은 이미 사라졌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경제 불황 탓일까? 법률시장의 변동 때문인가? 아니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온 일시적 현상일까? 아니다. 저자는 주범이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다양한 편법과 조작 관행으로 로스쿨 시스템을 부패하게 만든 로스쿨 당국과 교수들에 있다고 고발한다. 또 법조계도 동조자들이다. 이들에게 법과 정의보다 위에 있었던 건 '돈'과 '권위'를 지키려는 '욕망'이었다는 것이다.
로스쿨 졸업 비용 20만달러, 졸업생 부채 15만달러, 취업률 62.5%. 2009년 통계다. 비싼 등록금을 조달하기 위해 학생의 90%가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졸업생 3명 중 1명은 취업에 실패하며,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이거나 시간제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희생자를 양산하면서도 로스쿨들은 취업률 조작과 장학금 유인술, 야간과정 및 석사과정 확대, 전학생 유치정책 등 입학생(돈)을 늘리는 온갖 전략으로 돈벌이를 해왔다.
이 책에는 교육 자본주의가 야기한 여러 부작용들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로스쿨을 포함한 수많은 대학들, 그리고 우리 사회 모든 교육기관이 꼭 성찰해야 할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값비싼 등록금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와 청년 실업, 학벌주의 문제를 심각하게 안고 있는 한국 대학들의 문제를 진단해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 미국 로스쿨 교육 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한국 로스쿨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로스쿨 도입 취지와 현실성 간의 괴리, 비싼 등록금, 열악한 변호사 취업률, 사법시험 존폐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는 한국 로스쿨 시스템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오는 2018년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비판의 목소리를 넘어서 서민들을 위한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 로스쿨과 사법시험 제도의 병존론을 넘어서서 심지어 로스쿨 폐지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로스쿨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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