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한마디로 정책 개발 능력의 부재, 기업의 투자 부진 원인에 대한 무지,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도 구분하지 못하는 저급한 판단 능력, 수도권 규제만 풀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보는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준다.
기업은 여건만 되면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그럼에도 기업이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다. 엔저에 따른 대외 경제 환경의 악화, 이에 따른 투자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 양극화와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감소 등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런 요인들을 일거에 해소할 만큼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그렇게 보는 모양이다. 여기서 박근혜정부 경제팀의 '참을 수 없는 사고의 가벼움'을 확인하게 된다.
기업이 지방 투자를 꺼린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줄 것이 아니라 지방 투자를 늘리도록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지금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정부의 기본 책무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규제에는 바람직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수도권에 대한 기업 투자 규제는 국토 균형 발전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수도권 규제에도 불구하고 균형 발전은 여전히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매력적인 지방 활성화 대책을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마당에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에는 수도권만 있고 지방은 없다는 공식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는 똑같은 세금을 내고 있는 지방 사람을 2등 국민으로 격하하는 차별이다. 지난 대선 때 대구경북은 박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몰아줬다. 그 보답이 이런 '지방 죽이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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