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회사원 김원일(가명'38) 씨는 얼마 전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만 연습을 해도 손목이 아파 약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목 통증은 계속됐고, 결국 병원을 찾아 손목 X-선 촬영을 했다. 의사는 '주상골 불유합'(부러진 뼈가 붙지 않은 상태)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들려줬다.
군대 시절, 작업하다가 뒤로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쳤고, 당시 X-선 촬영을 했으나 큰 이상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몇 주간 반깁스를 했던 기억이 났다. 이후 가끔 손목이 불편했지만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자가뼈이식을 통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증상 심하지 않아 방치하기 쉬워
손목은 어느 관절보다 자유로운 운동이 가능한 부위다. 이유는 전완부(팔꿈치에서 손목까지 이어지는 뼈)와 손을 연결하는 손목 부위에 8개의 뼈가 서로 거의 붙어 있는 특별한 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 이들 중에 가장 엄지쪽에 위치한 뼈가 바로 주상골(scaphoid)이다. 타는 배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손배뼈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상골 골절은 주로 젊은 남성에게서 잘 발생하며, 손목부위 골절 중에서 두 번째로 흔하다. 가장 흔한 것은 요골(팔꿈치와 손목 사이 2개의 긴 뼈 중에서 팔등쪽 뼈) 끝부분 골절이다. 이는 어린이나 노년층에 흔하게 생긴다.
주상골 골절은 치료하는 의사를 괴롭히는 다소 골치 아픈 문제다. 가장 큰 이유는 처음에 골절을 진단하기가 어려워서 의사나 환자 모두 단순히 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뼈의 모양이 배나 땅콩처럼 휘어져 있고, 위치도 비스듬한 탓에 골절이 생겨도 일반 X-선 검사로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처음 다치면 손목이 붓고 아프지만 다른 부위의 골절에 비해 심하지도 않고 통증이 오래 가지 않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앞서 김원일 씨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봐선 손목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고, 손목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치료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된다. 아울러 해부학적 특성상 뼈가 아주 늦게 붙거나 잘 붙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골절이 생긴 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주상골에만 국한되지 않고 손목관절 전체에 관절염이 생기고 손목을 쓸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장기간 방치하면 손목관절염 위험
주상골 중간 부위에 골절이 생기면 뼛조각에 피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뼛조각이 썩게 되고 부러진 부위가 다시 붙기 어렵다. 게다가 주상골은 주위 뼈들과 함께 관절을 이루고 있다 보니 작은 운동에도 부러진 면이 계속 미끄러지고 움직인다. 관절액이 뼈를 붙게 하는 영양소를 자꾸 씻어내기 때문에 장기간 깁스를 해도 뼈가 붙기 힘들다.
'10-10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주상골 골절을 방치하면 10년 내에 주상골에 변화가 생기고 관절염이 시작돼 일상 활동에도 통증이 발생하며, 이후 10년이 더 지나면 손목 관절염이 심해져 기능을 잃게 된다는 법칙이다.
진단은 주로 X-선 검사, CT 및 MRI 검사 등으로 이뤄지며 상태에 따라 수술 여부나 방법을 결정한다. 더블유병원 수부외과센터 김영우 원장은 "초기에 진단하면 철심이나 나사못으로 고정한 뒤 깁스를 잘 유지하면 큰 합병증 없이 뼈가 붙을 가능성이 높지만 시기를 놓치거나 1차 골절 수술 후 뼈가 충분히 붙지 못하면 이후 수술은 꽤나 복잡해진다"고 했다. 이런 경우 자가뼈이식이나 혈관동반 뼈이식 등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며, 손목 관절염까지 생겼다면 관절 유합술이나 손목뼈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손목 기능이 떨어져도 통증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수술이다.
도움말=W(더블유)병원 수부외과센터 김영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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