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오후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만난 유병혁(33) 씨는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가운을 입고 헐레벌떡 뛰어온 그의 모습에서 바쁜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손에 쥔 휴대전화는 스마트폰과 피처폰 두 대. 유 씨는 "하루에 병원에서 100통 가까이 콜을 받는데 스마트폰을 쓰면 배터리가 남아나지 않아 피처폰을 함께 쓴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전화가 걸려오면 당장 병실로 뛰어갈 태세였다.
외과 전공의 1년차, 유 씨는 전공의가 된 지 딱 석 달이 됐다. 출근 시간은 새벽 6시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 없다. 그는 "지난 일요일에는 새벽 6시에 출근해 전 병동과 응급실을 다 돌고 월요일 저녁에 퇴근했다. 일주일에 보통 세 번 정도 집에 간다"고 말했다. 아버지 유완식 교수는 "인터뷰 시간이 늘어날수록 유 선생의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며 껄껄 웃었다. 누구보다 외과 전공의 삶을 잘 아는 그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제 외과의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됐지만 아직까지 병원에서 일로 마주친 적은 없다. 현재 유 씨는 본원인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유 교수는 칠곡경북대학교병원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0월이 되면 부자는 병원에서 매일 만나게 된다. "가을이 되면 칠곡경북대병원으로 가 아버지 밑에서 한 달간 일을 배우게 되는데 그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러자 유 교수는 "(아들이지만) 다른 전공의들과 똑같이 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들 앞에서는 엄한 스승의 모습을 보여준 유 교수였지만 아들이 떠난 자리에서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듬직하다"며 묵묵히 응원하는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인터뷰 중간에 "의사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유 교수는 "의사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의학은 사실 인문학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씨는 인터뷰 내내 고민하면서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 되면 다시 알려주겠다"며 답을 유예했다. 잘 포장된 답변을 던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40년 가까이 의사로 살아온 아버지와 이제 막 의사의 길로 접어든 아들. 이미 의사라는 직업을 정의한 아버지와 달리 아들에게 이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보였다.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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