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넷우익/야스다 고이치 지음/김현욱 옮김/후마니타스 펴냄
책 표지 문구부터가 자극적이다.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
일베.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준말로 '우파의 놀이터'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한국의 일베와 견줄 만한 일본의 '재특회'를 다룬 논픽션이다. 저자 야스다 고이치는 이 책으로 2012년 일본저널리스트회의상과 제34회 고단샤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인터넷상에 한정된 극우 담론을 거리로 옮겨 온 그들은 누구이며, 탄생 이유와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더불어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해법처럼 여겨지는 사회의 단면을 직시하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재특회의 집회 현장을 쫓으면서 그들을 만나고 관찰한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1%도 되지 않을 배외주의자들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인터넷 때문이라며, 넷우익이라는 자원이 없었다면 재특회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넷우익', 인터넷과 우익이 결합된 말이다. 약칭과 신조어 개발의 천재들인 일본인다운 조어다. 인터넷에서 조직되고 거리로 나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우파 단체를 일컫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재특회'도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약자다. 2007년에 결성, 회원 수가 1만3천 명에 이르는 일본 최대의 넷우익 단체다. 이들이 주장하는 재일특권을 누린다고 지목된 대상은 다름 아닌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 그들이 자국 내에 거주하며 일본인들도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특권이 제거되어야 일본인들이 잘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반한(反韓) 넷우익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가장 혐오하는 대상은 '재일 코리안'이다. '권리만 내세우고 일본에 감사할 줄 모르는' 재일 코리안의 존재가 일본의 위기를 부른다며, 이들만 없어지면 모든 사회문제와 모순이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이 재특회의 입장이다. 현실 속 불만을 전가할 '알기 쉬운 적' '내부의 적'을 지목한다는 점에서 서구의 네오나치와 유사한 면이 있다.
이들이 기존의 우익과 다른 점은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시위나 집회 동영상을 생중계하는 등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들이 기존의 우익과 또 다른 점은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선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댓글을 달거나 커뮤니티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류 프로그램을 자주 편성하는 방송국 앞에서 시위를 전개하는 등 우리가 익히 들어온 혐한 활동을 주도하는 이들이 바로 재특회다.
최근 국내서도 인터넷 우파 성향의 커뮤니티로 잘 알려진 '일베'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서도 인터넷 우익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점, 일본의 상황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이 책의 번역 시기가 매우 시의적절하고도 흥미롭다.
저자는 재특회가 참여자들로 하여금 생의 열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재특회 회원들이 "타자에 대한 불필요한 증오"를 공통분모로 갖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가 봤을 때 이들의 애국심은 허상에 가깝다. 그는 18세기 영국의 문학가 새뮤얼 존슨의 유명한 경구,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은신처다"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재특회 회원 한 명 한 명의 삶에서 확인한 애국심의 의미란 '외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한 이들의 무력감. 저자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를 좇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재특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당신의 이웃들입니다"라고 답한다. "사람 좋은 아저씨나 착해 보이는 아줌마, 예의 바른 젊은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증오가 재특회를 만들고 키운다. 그들의 저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증오의 지하 수맥이 펼쳐져 있다."
다문화사회로 치닫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가?
376쪽. 1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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