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노는 것'이 중요한 이유

치열한 경쟁 속으로 떠밀려가는 아이들에게 놀기(놀이)를 권장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머리로는 '때때로 아이들도 놀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학업에 뒤처질 것 같은 걱정이 아이들을 놀지 못하게 한다. 학원에만 보내면, 책상에만 앉으면 공부를 하겠거니 하는 마음이 앞서고, 원하는 대학 입학을 위해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놀기는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학습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 이러한 놀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부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시간을 마련해, 아이가 친구들과 놀게 해 주는 것이 훨씬 낫다. 교육학자 피아제는 아이들의 놀이활동이 지식 습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했다. 놀이는 성장기 아이의 감성과 지능 그리고 창의력을 높여준다고 했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등으로 세계적 가수가 된 싸이는 즐겁게 놀면서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루었다고 한다. 물론 싸이처럼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신나게 논다고 누구나 공부 잘하고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다 보면 그 일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놀이활동은 아이의 적성이나 특기를 찾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취미와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할지 스스로 결정하며, 이 놂을 통해 상상력을 키운다. 그리고 이들은 놀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높은 성적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면, 아이들은 친구들을 이겨야만 할 경쟁자로 보게 된다. 이것은 왕따 현상을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놀이를 통해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어느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이다. 유치원 놀이시간에 한 아이가 팔짱을 끼며 "내가 왕이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경쟁심을 느낀 다른 아이가 똑같이 팔짱을 끼면서, "아니다. 내가 왕이다"라고 했다. 이 두 아이는 서로 자기가 왕이라고 말다툼을 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교사는 이 두 아이 옆을 지나면서 슬그머니 "옛날 옛날 어느 나라엔 두 명의 왕이 있었지요"라는 말을 흘렸다. 이 말을 들은 두 아이는 "그래, 우리 둘 모두 왕이 될 수 있지"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놀이를 계속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놀이와 함께 양보심과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에서 아이들 구경하기 어렵게 된 지 오래됐다. 촘촘한 학교수업을 마치면 학원이나 과외, 그리고 주말에는 체험학습 등으로 아이들은 놀 시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성장기 아이일수록 편안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놀면서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을 배운다. 또한 어릴 때 느껴본 놀이의 즐거움이 아이의 미래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지나친 지식 편중 현상은 아이의 삶을 왜곡시킬 수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뻘뻘 땀 흘리며 축구하는 아이들을 가끔 본다. 축구라는 놀이에 몰입되어 마음껏 뛰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노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하다. 놀이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고르게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성 장 환(대구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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