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물든 지방공기업에 정부가 메스를 대겠다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일정 규모 이상의 지방공기업은 설립 단계부터 중앙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이에 따라 타당성 심사에서 탈락한 지방공기업은 아예 설립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매일신문이 지난 2010년 3월 19일 자 사설에서 이미 제안했던 것으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공기업의 현황을 보면 기가 막힌다는 말이 딱 맞다. 지난 1998년 117개였던 것이 현재는 463개로 불어났고 직원 수는 2만 5천 명을 넘는다. 지방공기업이 이렇게 급증한 것은 1998년에 설립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묻지 마 설립'은 부실 경영으로 이어져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지방재정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된 지 오래다.
현재 지방공기업의 부채 규모는 69조 1천억 원으로 불과 3년 만에 21조 3천억 원이나 급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무 상태가 나빠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공기업이 널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망하는 경우는 좀체 없다. 빚더미에 앉았으면서도 성과급은 꼬박꼬박 받아간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민의 세금이다. 이런 '좀비 공기업'을 위해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지방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견제는 지자체가 자초한 것이다. 자정 기능이 없는 지방자치는 자치를 빙자한 방종이다. 지방공기업의 부실과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는 우리의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오고 있다. 자치의 본령이 무엇인지에 대한 단체장들의 각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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