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냉키 쇼크' 금융시장 요동…정부 "위기 과장"

주식·채권·외환시장 요동…외화자금 조달 적신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힌 이후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기본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자금 회수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한국의 주식·채권·외환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자금 조달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우리의 금융시장은 양호하다"며 "위기가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혼란 실물경제로 가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자 한국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실물경제로 전이될지가 문제다. 금융시장 불안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고 시장금리 상승이 기업과 가계의 자금부담으로 이어질지가 변수다.

경기 회복 진행 정도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미국이 무리한 출구전략을 감행해 전세계 경기가 급랭하면 한국 경제의 주요 엔진인 수출에 비상등이 들어올 수도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이행과 일본 아베노믹스의 위기 등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불확실성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을 일대 혼란으로 밀어 넣고 있다.

다만 선진국 양적완화에 대한 리스크는 현재로선 금융시장 혼란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실물 경제로 전이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이지만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기업과 가계의 자금부담 심화로 이어질 경우 가계 부채 문제가 폭발할 수도 있다.

금융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 불안이 통상 일으키는 소비 심리 위축도 내수 경기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어 걱정거리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19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국의 양적완화·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한국의 대처 방법을 물을 때 정답은 '이를 한 나라가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라며 "국제적 공조로 막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

◆정부 "위기 과장됐다"

버냉키발 쇼크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한국의 '금융시장 성적표'는 주요 신흥국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자금의 이탈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의 '경제 기초 체질'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탄탄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위기를 겁내기보다는 미국 경기 회복 등 기회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버냉키 Fed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으로 인한 환율 변동률은 한국과 호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멕시코 등 8개 주요 신흥국 중 한국이 네 번째로 작았다. 원·달러 환율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전인 19일 달러당 1,130.8원에서 21일 1,154.7원으로 올랐다. 이틀 새 원화는 달러화 대비 2.07% 평가절하된 것이다.

브라질(3.45%), 러시아(3.18%), 멕시코(2.94%), 호주(2.77%)는 한국보다 변동폭이 컸다. 자국 화폐 평가절하 폭이 한국보다 작았던 신흥국은 인도네시아(0.25%), 인도(1.16%), 필리핀(1.62%) 정도다.

정부는 이런 수치를 바탕으로 '출구전략' 쇼크로 한국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지만 주요 신흥국 진영 중에서는 성적이 나쁜 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쇼크로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고 있는데 다른 신흥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는 충격이 덜한 상황"이라며 "시장 심리나 불안 정도가 전체적으로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부 1차관은 23일 거시경제금융위원회에서 "우리 경제는 재정건전성,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외채구조 등 경제 기초 체질이 다른 신흥국보다 양호해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낮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으로 인한 수출 확대 등 기회 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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