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은 왜 아픈가/ 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펴냄

'사랑은 왜 아픈가?' 혹은 '사랑은 왜 사랑에 빠진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가?'를 다루는 이 책은 감정사회학의 대가 에바 일루즈가 진행해온 연구를 또 다른 방식으로 집대성한 독특한 성과물이다. 저자 '남녀 간의 사랑'(이 책의 표현에 따르자면 '낭만적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감정이 오롯이 표현되는 영역이므로 그 이면에 숨은 '사회학적 통찰'('심리학적 치료'가 아니라!)을 감행했고 밝혔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들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과 잡지 기사,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올라온 숱한 고백담과 댓글들, 연애와 불륜을 포함한 여러 부류의 '사랑' 경험자들과 나눈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들이 만들어낸 '사랑의 현장'으로 곧장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에 그토록 많은 고통과 상실과 아픔과 눈물이 차고 넘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단히 치밀하게 분석한다.

근대가 이성과 도덕을 금과옥조로 떠받들었다면 현대의 두드러진 점은 사회의 경제논리화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배우자 선택 역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장을 통해 이뤄진다. 결국, 사랑도 경제적 거래 행위로 변모해 "수요와 공급의 법칙, 희귀함과 과잉의 원리에 의해 규제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탄한다. 또 '규제가 풀려버린' 결혼시장, 짝을 선택하는 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현대인이 겪는 사랑의 아픔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본다. 특히 사회적 자존감 형성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 때문에 '응답 없는 사랑'과 '버림받음의 경험'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굴욕 못지않게 현대인의 인생을 뒤흔드는 결정적 타격이 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556쪽, 3만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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