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한우의 소통 비타민] 지역신문사도 구글처럼 미쳐보자

얼마 전 개최된 한국언론학회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주은수 미디어경영연구소장은 지역신문사에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주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 일간지가 2012년 신문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0%가 채 되지 않았으며, 메이저 3개사 대비 4.2%의 미약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신문의 경영상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5년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2년의 적자 폭은 예년에 비교해 매우 컸다. 더구나 지역 일간지의 1인당 인건비는 메이저 언론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지역신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지역신문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지방의 사회'문화적 위상이 추락한 데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제도적으로 실현하지 않으면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 기반이 조성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의 확산으로 뉴스 이용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지역신문의 성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서울 중심적 정책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디지털 세상에 처한 인쇄 신문의 운명을 탓하고만 있을 것인가. 진짜 실패자는 도전하는 것이 무서워서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이다.

시시각각 발전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기다리고 있을 시간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해선 혁신적인 콘텐츠와 서비스로 독자들을 찾아가야 한다.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의 도전 정신을 배워야 한다. 구글이 '세상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당시 잘나가던 기업들은 황당하다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구글은 보란 듯이 검색엔진으로 성공했고 그 이후에도 구글 어스, 구슬 북스 등과 같은 소위 '킬러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최근 공개한 새로운 프로젝트 '룬'(Loon)도 흥미롭다. '룬'은 여러 개의 거대한 열기구를 띄워서 사람들이 지구 어느 곳에 있어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2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환경이다. 예컨대 사막, 밀림, 바다, 산맥으로 둘러싸인 지역이 대표적이다. 프로젝트 명칭인 '룬'이 말하듯 구글 스스로도 이것을 '어리석고 미친' 시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구글이 지금까지 도전한 여러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룬'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구글노믹스'의 저자로 유명한 자비스(J. Jarvis) 교수에 따르면, 구글의 도전 정신은 모든 기업이 신봉해야 할 생존 법칙이다.

이제 지역신문사에도 구글노믹스가 필요하다. '룬' 프로젝트를 따라 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내자. 기자 수첩 대신에 대구 골목투어에서 만나는 관광객들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보도하자. 이른바 모바일저널리즘(MOJO)이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 기자들은 스마트폰을 방송 장비로 활용하여 취재 내용을 현장에서 인터넷으로 보도한다. 경북은 농어촌과 산간 지역이 많아 기자가 직접 취재하기 매우 어렵다. 이 경우엔 '드론'(drone) 저널리즘을 과감히 도입하자. 드론은 항공 촬영용 초소형 무인 헬기이다. 드론을 시위와 재난 취재에 활용하면 기자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면서 신문사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서 댓글 형식으로 짧은 기사를 제공하면 독자들은 신선한 감동을 받을 것이다.

아마존닷컴의 베조스(J. Bezos)는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선 상상만으로는 안 된다. MOJO와 드론 저널리즘을 시도하여 실시간 위치 기반 광고를 적용해 보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도 지역신문이 첨단 기법을 능동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 방식과 규모를 개선하고 확대해야 한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역 신문사의 성장이 반드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돌아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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